김충진 인천시 문화체육관광국장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I nor you. But when the leaves hang trembling. The wind is passing through(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나도 당신도 보지 못했지요. 하지만 나뭇잎이 흔들릴 때 바람은 그 사이로 지나가요.)’
대학생 때 접한 영시가 믄득 떠오르는 것은 바람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데 더없이 좋은 묘사라고 기억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 입장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행정수요를 나뭇잎이 흔들리는 순간처럼 잡아보고 싶은 까닭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천의 곳곳에서 많은 행사를 치르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했지만 우연히 들른 A도서관의 모습은 생경했다. 주말인데도 중년의 많은 시민이 강의를 듣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많은 직장인이 도서관이 운영하는 ‘은퇴(준비)자 프로그램’을 수강하러 온 것이었다. 문화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순간’을 본 것이다.
700만명에 이르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5년생)가 60대에 접어들었으며 인천시의 은퇴자 인구는 지난해 기준 55만명(전체 인구의 18%)으로 오는 2026년에는 57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A도서관에 늘어선 줄은 이 같은 데이터의 현장이다.
우리 시는 시민 가까운 곳에서부터 혁신을 시작하고자 한다. 지난해 은퇴(준비)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공공도서관 29곳, 110개 운영(약 5%)에 불과했지만 금년에는 이를 40%로 확대(40곳, 150개 프로그램 운영)하고 고령사회대응 센터와 연계해 일자리·재능기부를 통한 사회 활동 지원사업을 마련한다. 공공도서관이 인구 문제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 ‘공공도서관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민과 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 ‘인천 아트플랫폼 운영 혁신’을 추진한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추진하고 버스킹, 미디어월 운영, 레코드 플랫폼 등 시민들이 더 가까이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방안을 2월 중 다양한 계층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행한다.
지난해 재외동포청을 개청해 1천만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매력적인 문화자원으로 더 가까이 시민들에게 다가서고자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된 ‘인천 펜타포트 음악축제’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격상하고 문화재청 선정 3년 연속 우수 사업인 ‘개항장 문화재 야행’, ‘인천형 아트페어’의 접근성을 제고할 것이다. 아울러 약 50명의 ‘시립소년소녀합창단’ 창단을 4월 중 매듭지을 예정이다.
그리고 민선 8기 핵심사업인 제물포 르네상스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원도심 지역의 문화재 관련 규제의 합리적 개선도 추진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제도 도입 이후 20년 만에 녹지, 도시 외 지역의 문화재 규제 면적 37.3㎢(여의도 면적 13배)를 해제했고 후속 조치도 진행한다.
시대의 지성이었던 고 이어령 교수가 문화는 ‘우리 모든 생활의 총체’라고 정의했듯이 우리 사회의 총체인 시민들에게 모든 문화 인프라, 모든 문화 제도를 가까이, 더 가까이 두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시의 소명(召命)이다. 특히 31년 만의 행정체제 개편에 맞춰 문화성시를 꿈꾸는 우리 시민들에게 문화주권을 환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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