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탄광촌 간이역-불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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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날이 경주마처럼 힘차게 출발했다. 소한을 넘겼어도 추위는 여전히 거칠지만 마음은 이미 봄에 닿아 있다.

 

불정역은 나의 고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문경 탄광의 광부들과 석탄이 오르내리던 애환의 역이다. 이곳에 흐르는 영강의 조약돌들을 쌓고 붙여 만든 것이라 흔히 보던 간이역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산업화 시대를 융성하게 했던 곳이지만 수많은 광부가 열악한 환경에서 중노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하다. 문경 탄광은 석탄산업의 효시로 전성기엔 광부는 7천200명이었고 문경의 당시 인구는 16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계절은 초대하지 않아도 얼음장 속으로 흐르는 물처럼 마음의 통로로 흘러온다. 역 뒤의 연둣빛 산이 새봄을 꿈꾸고 있다.

 

이 추억 깃든 간이역을 오늘은 수강생 이상범님이 그렸다. 공직의 봉직을 마친 그는 라이딩과 여행과 트레킹이 일상이며 요즘 시작한 어반스케치는 또 하나의 삶의 기록과 형식이 되고 있다.

 

그의 기타는 수준급이어서 경기기타오케스트라의 단원이기도 하다. 모쪼록 내 인생 교실의 학우와 함께 그의 후반 여정도 가치 충만한 탐험이 되길 바란다. 마종기님의 기적이란 시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새벽이 천천히 문 여는 소리 들으면/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

 

사는 게 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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