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콕에서 개최된 ‘2023 아세안 한인상공회의소 포럼’에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한·태상공회의소와 ㈜엔피프틴파트너스가 주최했다. 아세안 지역 6개국(태국,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의 한인 상공회의소가 참가의 주축을 이뤘지만 태국 주재 외국상공회의소(JFCCT)와 한미산업협력협회 등도 참가해 스타트업의 협력 방안에 대해 진지한 발표와 토론시간을 가졌다.
포럼에서는 몇 가지 사안을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포럼 명칭을 한-아세안 한상포럼으로 정하고 정기화하며, 참가 회원국 수를 아세안 10개국으로 늘리고 방콕에 한-아세안 한상포럼 사무국을 설립해 한국 스타트업들의 아세안 진출을 위한 시장권역 확대, 파트너 구축, 국제 투자활성화 등에서 허브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현재 아세안은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해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을 핵심 과제로 선정해 두고 있다. 아세안 디지털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스타트업이다. 아세안에서는 한때 달성하기 어려웠던 유니콘 지위, 즉 기업가치가 10억달러 넘는 스타트업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올 7월 아세안에는 총 52개의 유니콘이 탄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싱가포르에는 26개의 유니콘이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개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데카콘(기업가치가 100억달러 이상인 기업)으로는 GoTo와 J&T Express가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대한민국 유니콘 기업의 수는 총 22개이니 아세안이 두 배 이상이나 된다고 볼 수 있겠다.
대외적으로 한국은 이러한 아세안에 대해 미래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한-아세안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해왔다. 한국과 아세안은 2019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아세안 스타트업 파트너십’ 구축에 동의하고 ‘한-아세안 스타트업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와 아세안 중소기업조정위원회(ACCMSME) 간 정책대화가 출범해 한-아세안 스타트업 협력 비전을 담은 ‘한-아세안 스타트업 정책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30일 대한민국 정부는 ‘스타트업 코리아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요지는 ▲한국 창업·벤처 생태계의 글로벌화 ▲벤처투자 민간투자 촉진 ▲지역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스타트업의 개방형 혁신 촉진과 규제개선 ▲축적된 경험을 통한 도전적 창업 분위기 조성 등이다.
이번 추진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정부의 창업지원 대상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점일 것이다. 그간 정책지원 대상이 내국인의 국내 창업에 한정됐다면 이제 해외에서 현지 창업을 한 한국인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쉽게 창업하고 스타트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에 발맞춰 지난 10월12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천국’ 비전을 선포하고 오는 2026년까지 3천개 벤처스타트업(새싹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벤처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와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24년 하반기 판교에서 국제 스타트업 투자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필자는 위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아세안의 한인 상공회의소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거점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 아세안 한인 상공회의소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인 공동 창업자를 찾거나 현지 기업을 조력자로 구해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현지 창업생태계 안착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내 비즈니스 연계를 통해 아세안 스타트업들의 국내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과 아세안 양 지역의 스타트업들은 서로를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영역을 개척하고 확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며 한인 상공회의소들은 그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모쪼록 경기도내 스타트업들이 내년에 발족하는 한-아세안 한상포럼과 조직적 연대를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아세안과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