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의 계절, 겨울이 왔다. 풀빵은 철판으로 된 틀에 액체 밀가루 반죽을 부어 굽는 빵을 의미한다. 일본의 오방떡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지는 풀빵은, 싼 가격에 배를 채울 수 있는 길거리음식 중 하나다. 특히 풀빵은 값싼 재료에 간단한 기술만 가지고도 만들 수 있기에, 주로 가진 것 없어도 몸 하나는 건강한 길거리 노점상들의 단골 메뉴이기도 했다. 1950~70년대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청년들이 추운 겨울날 한 끼 식사로 풀빵을 애용했다고 하니, ‘눈물 젖은 풀빵’의 참뜻을 이제는 알 것 같다.
풀빵의 대표주자로는 단연 붕어빵이다. 붕어빵은 도미 형상의 타이야키(鯛焼)에서 유래했다. 우리에게는 ‘돔’이라 불리며 참돔과 감성돔, 청돔 등 최고급 횟감인 도미는 예부터 ‘백어(白魚)의 왕’이라 하여 값비싸고 귀한 생선으로 대접받아 왔다. 그래서인지 19세기 말 일본의 서민들은 도미를 흉내 내어 타이 군을 만들어 먹었고, 1930년대 우리나라로 건너와 지금의 붕어빵이 된 것이다. 그때부터 붕어빵은 풀빵의 대명사이자 특히 1960~90년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문화아이콘이 됐다. 슈크림, 피자 등 다양한 속재료를 넣은 붕어부터 붕어 모양의 아이스크림까지 시대에 따라 진화하는 것은 물론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붕어빵 틀을 사은품으로 줄 정도로 붕어빵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붕어빵 영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붕어빵 가게와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권역을 가리켜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이렇듯 붕어빵 가게를 보기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반죽 가격부터 가스비, 인건비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길거리 노점에서 붕어빵을 파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여기에 전국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 편의점과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들이 앞다퉈 붕어빵을 팔기 시작하면서 길거리 노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같은 붕어빵이라도 길거리 노점이 아니라면 왠지 이질감이 든다. 집 근처 모퉁이 허름한 손수레에서 능숙하게 붕어빵을 찍어내던 주인아저씨도, 붕어빵이 담긴 하얀 봉투를 가슴팍에 품은 채 추위를 녹이며 집으로 향하던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도 이제는 먼 옛날의 추억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중요했던 건 붕어빵의 맛이 아닌, 그 시절이 주는 ‘멋’이 아니었을까 싶다. 길거리에서 붕어빵이 멸종되고 있는 지금, 과연 붕어빵을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묻는다면 필자는 단호히 아직은 너무 이르다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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