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EXPO) 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 지난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는 한국의 부산과 이탈리아의 로마를 제치고 최종 개최지 유치에 성공했다. 사우디는 엑스포 개최로 약 4천만명의 관광객이 리야드를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특별한 엑스포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메가 이벤트로 일종의 경제·문화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1851년 런던 엑스포를 기원으로 1928년 파리에서 체결한 ‘국제박람회조약’에 따라 5년마다 개최된다. 1988년 개정된 협약에 의거해 엑스포는 월드엑스포와 전문엑스포로 나뉘는데 이번에 결정된 리야드 박람회는 월드엑스포로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전문엑스포에 비해 규모나 내용 면에서 더욱 권위를 인정받는다. 과거 한국에서 개최됐던 1993년 대전 엑스포나 2013년 여수 엑스포는 모두 전문엑스포로 한국은 아직 월드엑스포를 개최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엑스포는 유럽에서 6회, 북아메리카 3회, 아시아 3회, 남아메리카 1회, 중동에서 1회 개최됐고 사우디 리야드가 2030 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사우디는 중동에서 두 번째로 엑스포를 개최하게 됐다.
중동의 걸프 국가들의 메가 이벤트 유치 움직임은 카타르를 필두로 시작됐다. 카타르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11 아시안컵, 2022 도하 월드컵, 2023 아시안컵, 2030 도하 아시안게임 등 일찍부터 메가 이벤트 유치를 위해 국가적 노력을 경주해 왔다. 사우디는 국가경제개혁 프로젝트인 사우디 비전2030의 시작과 함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적극적이고 개혁적인 리더십을 중심으로 메가 이벤트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2021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F1), 2023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2023 FIFA 클럽월드컵, 2027 아시안컵, 2029 동계 아시안게임, 2030 리야드 엑스포에 이어 2034 월드컵 개최가 사실상 확정됐다.
걸프 국가들이 메가 이벤트 유치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효과가 있다. 유명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통한 국가 브랜드 홍보뿐 아니라 스포츠를 이용한 대중적 이미지와 명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걸프 국가의 메가 이벤트 유치는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 전환과 국가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걸프 국가의 메가 이벤트 유치는 자국 경제발전과 지역개발 등의 기대효과 외에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하는 걸프 왕정 국가들의 네트워크 구축 및 강화를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부산은 사우디의 리야드와 엑스포 개최지 유치 경합에서 안타깝게 성공하지 못했다. 리야드가 개최지로 선정된 배경에 사우디의 ‘오일머니’가 작용했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변화의 시대: 지구를 미래의 시각으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다른 문화 간, 민족 간 문화 교류와 혁신을 촉진하는 기회로 삼기를 희망하고 있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는 연일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국제적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는 등 개혁과 변화를 위한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사우디의 변화가 중동의 변화를 견인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수년 안에 다가올 사우디의 미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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