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들여다본 동물-인간 관계…용인 뮤지엄그라운드 ‘ZOO in the ground’ [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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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진행 중인 ‘ZOO in the ground’ 지하 1층 전시장에 전시된 김우진 작가의 ‘DOG’. 송상호기자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인식할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걸까.

 

용인 뮤지엄그라운드가 지난 11월1일부터 선보이는 기획전 ‘ZOO in the ground’는 일상을 함께하는 반려 동물이든 미디어에서만 접했던 야생 동물이든, 인류와 공존해왔던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 중심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자리 잡아왔는지 가늠해보는 자리다.

 

관람객들은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소재와 표현 방식, 매체를 넘나드는 3인 3색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물과 인간 사이 놓인 탐색지를 살펴볼 수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흔히 접하는 동물의 형태를 재구성한 김우진 작가의 작품이 있다. 이때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 에어벌룬 등 다양한 소재가 주는 물성과 조형미를 끌고 와 관람객 각자가 동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유롭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사슴을 형형색색의 스테인리스로 덧대 재현한 ‘DEER’나 강아지를 5m 높이의 거대한 공기막 조형물로 재창조한 ‘DOG’를 바라볼 때면, 상상 속에서만 뛰놀던 동물, 대중 매체에서 접했던 동물 등 살아오면서 각자에게 다가왔던 동물의 모습들이 다양한 형태로 겹쳐보인다. 작품들은 야외에도 전시돼 있다.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진행 중인 ‘ZOO in the ground’ 지하 1층 전시장에 전시된 김우진 작가의 ‘DEER’. 송상호기자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진행 중인 ‘ZOO in the ground’ 지하 1층 전시장에 전시된 김우진 작가의 ‘DEER’. 송상호기자

 

이어 같은 층에선 재현과 복제의 화두를 던지는 김영성 작가의 극사실주의 연작 ‘Nothing·Life·Object’를 만날 수 있다.

 

그림과 그림을 오가며 작품 설명을 보다 보면, ‘oil on canvas’와 ‘digital print’가 뒤섞여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다시 말해 사진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재현한 유화도 걸려 있지만, 그 유화를 촬영한 뒤 인쇄한 이미지가 공존한다는 것. 원본을 재현한 그림, 그 재현품을 다시 찍어 픽셀로 빚어낸 사진.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관람객들은 무엇이 대상을 재현했고, 무엇이 원본인지 명확히 알기 힘들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물고기나 개구리 등 아주 작은 생물과 유리, 금속 등의 무생물 오브제를 함께 다룬다. 이들은 인간의 관찰 대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인간은 이들의 진위 여부마저 명확히 구분해내기도 어렵다. 결국 누가 누굴 파악하는지 모호한 감각이 생겨나기에 작품을 마주하는 이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진행 중인 ‘ZOO in the ground’ 지하 1층 전시장에 전시된 김영성 작가의 ‘Nothing·Life·Object’ 연작의 일부 모습. 송상호기자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진행 중인 ‘ZOO in the ground’ 지하 1층 전시장에 전시된 김영성 작가의 ‘Nothing·Life·Object’ 연작의 일부 모습. 송상호기자

 

마지막으로 지하와 2층에서 만날 수 있는 이재형 작가는 순록, 곰, 강아지, 말 등의 동물 조형물에 LED 패널을 부착한 ‘Bending Matrix’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 작가는 빛을 매개로 문명 사회와 동물 생명체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진행 중인 ‘ZOO in the ground’ 2층 전시장에 이재형 작가의 ‘Bending Matrix’가 전시돼 있다. 송상호기자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진행 중인 ‘ZOO in the ground’ 2층 전시장에 이재형 작가의 ‘Bending Matrix’가 전시돼 있다. 송상호기자

 

양윤희 뮤지엄그라운드 선임학예사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고, 공생과 공존의 가치를 새롭게 인지하려는 기획”이라며 “같은 테마를 세 작가의 다양한 시선과 언어로 풀어낸 만큼,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방문객 각자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만드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5월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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