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 ‘너도나도 불조심 자나깨나 불조심’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부터 사용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불조심 표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희수(喜壽∙77세)가 됐지만 그 어느 표어보다 명확하고 정확한 의미를 품고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로 76주년을 맞이한 불조심 강조의 달은 1948년 11월 초부터 7일간을 불조심 강조 주간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화재가 늘어나는 겨울철을 대비해 화재 예방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홍보 활동으로 1970년대부터는 불조심을 주제로 하는 표어와 포스터 공모전이 중앙부처는 물론 전국 각지의 소방서에서도 이뤄졌으며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소방의 날도 불조심 강조의 달인 11월에 속해 있는데 1973년 당시 체신부에서는 제10주년 소방의 날을 기념하는 액면가 10원짜리 우표를 발행하는 한편 1979년부터 1992년 사이에는 대통령 명의의 담배를 제작해 소방의 날에 전국 소방관들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겨울철 화재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은 실제 화재 발생 통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5년간 안성시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천 473건인데 이 중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 발생한 화재는 570건으로 전체 화재의 약 39%에 달하고 있다.
특히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1%인 만큼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경각심을 갖는다면 화재는 예방하고 막아낼 수 있다는 방증이 되는 셈이다.
안성소방서에서는 11월 한 달간 더욱 촘촘한 불조심 환경 조성을 목표로 시민 참여형 소방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관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불조심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한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에는 불조심 강조의 달 현수막과 배너, 수상작 포스터를 게시한다.
장애인 등 화재 취약계층에 찾아가는 교육을 운영하고 한국119청소년단원들과 함께 안전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일본인 변호사의 수첩에 남긴 메모 중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한다. 한서 곽장전편에 나오는 말로 ‘화근을 없앰으로써 재앙을 미리 막는다’는 뜻으로 이토 히로부미라는 화근을 제거해 동양의 평화를 지키고자 했던 안 의사의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
안 의사의 결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도 나와 내 가족, 이웃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올겨울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세심한 주의를 가져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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