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규명 여주시의원
요즘 각종 매스컴을 통해 여주시를 폄훼하는 글을 접하면서 여주시의원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감사원이 이충우 여주시장에게 SK하이닉스 용인반도체 산단 남한강 용수공급과 관련, 엄중주의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여주시민이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3년 대학생 시절, 여주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환경보전지역에 속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기에 그 자연환경을 보전하겠느냐 하는 생각에서 고향 여주를 자랑스러워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유적지, 비옥한 땅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농산물 등은 전 국민에게 인기가 높아 관광객이 넘처 나는 풍요로운 여주를 생각했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인구 10만 도시로 현재도 머무르고 있다. 1990년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에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로 묶인 여주시민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내왔고 결국 여주는 지역소멸위기 도시로 전락했다. 1999년 강가에 있는 토지들을 ‘수변구역’이라는 명목하에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을 때에도 국가 사업이라고 생각해 입도 뻥긋 하지 않고 따르기만 했다. 4대강 사업도 국책사업이라고 묵묵히 따르기만 했다.
최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에 필요한 물을 하남시에서 끌어가려 했으나 시민의 반대로 여주시로 바뀌었고 여주시는 그동안 했던 습관처럼 정부의 일이니 그냥 허가를 내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역주민들이 분개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물이용 상생위원회’를 구성했고 많은 시민들이 단합해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분노를 표출하게 됐다. 여주시장은 이런 주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수렴해 행동한 것인데 이를 어찌 시장의 몽니로 만들어 감사를 통해 여주시장을 징계했다. 여주시민들은 이번 정부의 감사 결과 처분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용수관로가 하남시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주시로 오게 된 과정에 대해 분개하지 않을 여주시민은 없다. 필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중첩규제로 발전이 저해된 것도 모자라 다른 지자체에서 반대하는 일만 떠안게 된 과정을 알게 된 여주시민의 참담함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나?
정부는 2천500만 시민이 먹는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여주시의 희생만 강요했다. 여주가 지역소멸 위기 도시로 전락하게 된 것은 정부 정책에 잘 따라준 대가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용수관로로 인해 여주시는 상수관로도, 하수관로도, 도시가스도 놓을 수 없게 되고 이러한 조건에서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온전히 우리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보며 여주시민이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인구 10만의 약한 지자체는 그냥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해야 하나.
여주시민이 분개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우리 권리를 되찾기 위함이다. 이러한 시민의 외침을 시장이 방관한 채 그냥 가만히 있어야 했는가.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이고, 여주시장은 시민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협상한 것이다.
감사원은 당초 용수관로를 반대한 하남시와 퇴수로를 강력히 반대해 지연하게 한 안성시, 수도권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감사하라.
여주시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은 옳지 않다. 여주시민에게도 헌법에서 말하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고 감사원의 ‘엄중주의’가 아닌 여주시민의 상처를 어루만질 ‘상생’과 ‘협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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