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기 프로축구선수協 사무총장 [인터뷰]

거대 벽에 부딪히는 시련 뚫고 선수권익 증진 위해 선구자적 역할
연말 수원 자선경기, 은퇴선수 행사·수익금 기부로 팬사랑에 보답

김훈기 사무총장. 프로축구선수협회 제공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국내 프로축구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2012년 발족해 2017년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정식 회원이 됐다. 현재 남자는 이근호 선수, 여자는 지소연 선수가 회장을 맡아 선수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활동 중이다. 선수협회 설립을 주도해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김훈기 사무총장을 만나 선수협회의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Q. 선수협회 산파역을 맡아 줄곧 협회를 이끌고 계신데.

A. 선수협회를 만든 계기는 2011년 한국 축구계에 전대미문의 승부조작 사건이다. 프로선수들을 교육하고 제대로 인도해야 할 단체가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선수들도 선뜻 참여하려 하지 않았고 굉장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몇 년간 전 구단을 돌며 일일이 선수들을 만났고, 창립총회에 25명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현장에 온 선수는 단 2명뿐 이었다. 좌절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전국을 누볐다. 이근호 회장이 그런 저를 보고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김정호 선생 같다고 하더라. 평생 축구만 하던 선수가 구단이나 에이전트에 이끌려 인생이 뒤바뀌는 경우를 보고는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Q. 그동안 선수협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왔나.

A. 우선 가장 큰 변화는 표준 계약서 내용이 달라졌다.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과 선수들의 초상권 등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불공정 조항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초상권 수익도 선수들에게 배분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던 임의탈퇴 제도도 폐지됐다.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있어 갈 길이 멀다.

 

Q. 지난 11년간 선수협회의 변화 과정을 소개한다면.

A. 선수들이 모이는 것조차 힘들었기에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제대로 첫발을 내딛은 건 2017년이다. 그해 9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것이 가장 큰 변곡점이다. 선수들의 급여 미지급, 무단 방출 등 각종 부당한 일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권리 회복에 앞장서야 했다. 2017년 FIFPRO 아시아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사단법인으로 승인을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점들이 부각됐다.

 

Q. 지난해 ‘한국축구의 미래를 꿈꾸다’라는 책도 출간했는데 담고 있는 내용과 의미는.

A. 지난 10년의 과정을 뒤돌아보고 정리한 내용들이다. 선수협회의 오늘과 내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단순히 하루하루가 아닌 3년, 5년 후의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한 일들을 담았다. 향후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생각한 바를 적었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작은 밀알이 되었으면 한다.

 

김훈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총장. 프로축구선수협회 제공

 

Q. 선수협회의 사업 가운데 연말 자선경기가 눈에 띈다. 이를 마련한 계기는.

A. 스포츠 문화가 잘 정착된 나라를 보면 사회와 리그가 잘 연결이 되어 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하나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자선경기다. 선수들을 위한 뜻깊은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거기에 팬들을 초대해 그 축제를 함께 즐기도록 했다.

 

Q. 지난해 자선경기에서 합동 선수 은퇴식이 큰 이슈였다. 올해도 진행되나.

A. 물론이다. 올 자선경기에도 은퇴식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몇몇 은퇴선수가 가족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후배들이 선배들을 보내주는 문화를 확립하는 것과 프로 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게 헌신해 주고 지원해 준 가족들과 함께하는 뜻깊은 은퇴식을 열 생각이다.

 

Q. 12월 수원에서 열리는 자선 축구대회 계획과 수익금 활용 방안은.

A. 아직은 준비 단계로 이근호·지소연 회장과 논의 중에 있다. 많은 선수가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에 팀 구성 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자선경기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모두 기부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신영록 선수 돕기를 비롯해 유소년 장학금 지원 등에 쓰여졌다.

 

Q. 프로축구의 핵심은 선수다. 선수를 대변해 팬들에게 하고픈 말은.

A. 선수협회는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결성된 단체다. 선수들의 권리보호를 비롯해 축구 팬들의 권리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절대 변질되지 않고 축구 발전과 축구 팬을 넘어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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