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이준관
두부를 사러갔다
아파서 누워 계신 아빠가
좋아하는 두부
-오, 두부를 사러 왔구나
-네
마트에서 두부를
사 갖고 오는 길
하늘에 떠 있는
두부만 한 달도
함께 갖고 왔다
아빠 방도
환해지라고
아빠를 생각하는 예쁜 마음
심부름에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다. 마음이 내켜서 하는 즐거운 심부름이 있는가 하면, 어른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하는 심통난 심부름이 그것이다. 이 동시 속의 아이는 어떤 심부름을 한 것일까? 아빠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달처럼 둥글다. 두부를 좋아하는 아빠를 생각하며 마트로 달려가는 아이. 두부를 사가지고 집으로 가는 아이. 그런데 아이는 그냥 가지 않고 밤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까지 들고 간다. 무엇 때문에? 아빠 방이 환해지라고. 아니, 아빠의 병이 얼른 나으시라고. 효를 이보다 더 훌륭히 그리고 아름답게 설명할 수 있는 게 또 어디 있을까?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두부와 함께 갖고 간다는 이 구절이야말로 시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표현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이들입니다. 자연이 아름답지만 아이들만큼 아름다울까요. 나는 그런 아이들이 있는 곳에 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준관 시인은 시와 동시를 두루 쓰는 두 날개 시인이다. 이번에 펴낸 동시집 『얘들아, 우리 아파트에 놀러 와』에는 이처럼 맑고 반짝이는 동심의 씨앗이 가득 담겨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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