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가능’ 미래도시 꿈꾸는 인천 동구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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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진 인천광역시 동구청장

인천 동구는 구한말 외세에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해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역사적 현장이다.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학교, 인천 최초의 상수도 시설이자 도시계획 시설이 있는 곳, 인천의 3·1운동 발상지, 인천에서 호적상 인구가 가장 많은 곳, 철강·섬유 등 우리나라 전통산업 태생지 등등 동구는 그야말로 인천의 모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인천국제공항 건설, 인천경제자유구역 같은 자족도시가 개발되고 관내 대규모 공장들이 타지로 이전하면서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전락했다. 원도심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상주인구 감소와 상권 쇠퇴 등 도시 공동화가 가속화되면서 2021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동구만의 문제는 아니며 도시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원도심이라는 한계 탓만을 할 수는 없다. 동구를 살고 싶고 매력 넘치는 미래도시로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미래지도를 그려야 할지 단체장으로서 고민이 앞서는 부분이다.

마침 인천시가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해 ‘제물포 르네상스’, ‘중·동구 행정구역 개편’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동구 역시 지난해 7월부터 ‘2040 도시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준비하며 구체화를 위한 용역을 진행하면서 2040년까지 지속가능한 청사진과 단계별 실천 과제 등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잡기 위해 최근 동구 공무원, 대학교수,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기술자로 구성된 시찰단을 꾸려 독일 함부르크시와 베를린시의 노후 공업지역의 복합개발 및 스마트 압축도시 사례 등을 직접 둘러봤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훌륭한 과학자를 배출하고 동서독 통일 과정을 극복한 유럽의 강국 독일이 그들의 우수한 기술력을 도시에 융·복합한 스마트 미래도시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함부르크시의 ‘하펜시티 도시개발 프로젝트’는 1997년 항만 재개발 계획 발표 후 약 18조원을 투입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장기적인 대형 프로젝트로 쇠퇴한 엘베강 일원의 인공 항구 유역을 친환경 복합압축도시로 개발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베를린시의 전기·전자 글로벌 기업인 지멘스는 19세기 말 베를린에 흩어진 생산설비를 모아 산업거점으로 육성한 베를린 스판다우 지역 동쪽을 베를린시와 2017년 약 7천700억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지멘스슈타트’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직접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노후 산업거점을 주거, 교육캠퍼스, 생활, 업무 등이 복합된 미래 지향적인 스마트도시로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의 독자적인 디지털 트윈 기술 등 다양한 스마트기술을 도시에 녹여내 지속가능한 미래도시가 갖춰야 할 표본을 기업이 직접 실험하고 공공은 도시의 성공과 활성화를 위해 이를 충실히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동구는 만석·화수동 노후 공업지역 일대 산업시설로 단절된 해안 공간을 1, 2단계에 걸쳐 해안산책로로 조성해 주민들에게 친수공간으로 개방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인접한 인천역 및 월미도와도 연계해 토지 이용 효율화라는 관점에서 해양친수산업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독일 사례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방향을 구상 중이다. 또 저차 산업 중심의 공업지역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과학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문제를 예측하는 스마트 도시정책을 만들어 도시적 관점에서 저비용 고효율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스마트기술은 신도시를 멋지게 꾸미기 위한 정책이 아닌,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새로운 도시정책이다. 이 새로운 도시정책은 민·관·산·학이 서로 공감하고 협력할 때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동구는 도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매력적인 미래지도를 디자인하기 위해 그동안 착실히 준비해 왔고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적막강산이던 대표적인 원도심이 모두가 살고 싶은 행복한 도시로 상전벽해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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