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
박상재
바람은 산보다 들을 좋아한다.
산 그늘에 갇힌 꽃보다
벌판에서 흔들리며 크는
들꽃을 더 좋아한다.
바람은 들꽃보다 들풀을 좋아한다.
물그림자에 비친 제 모습
훔쳐보는 들꽃보다
짓밟혀 쓰러져도 스스로 일어나는
들풀을 더 좋아한다.
나도 향기 진한 들꽃보다
바람에 부대끼는
들풀이 더 좋다.
질긴 생명력
풀처럼 잘 자라는 식물도 없지 싶다. 가꾸지 않아도 제 스스로 자라는 게 풀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퇴직과 함께 귀농한 내 친구 J는 여름 내내 풀과의 전쟁으로 손이 엉망이 됐다며 전화를 하기도 했다. 하루라도 풀을 뽑지 않으면 온 집안이 풀밭이 된다며 이렇게 무자비한 식물이 어딨냐고 한다. 하지만 만약에 풀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저 너르고 너른 들판(세상)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동시 ‘들풀’은 그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이다. ‘향기 진한 들꽃보다 바람에 부대끼는’ 들풀이 더 좋다고 노래한다. ‘짓밟혀 쓰러져도 스스로 일어나는’ 들풀의 질긴 생명력을 노래한다. 들풀의 의미는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니다. 들풀이야말로 온 세상의 ‘배경’이 되어준다는 것! 묵묵히 조연을 자처함으로써 꽃과 나무, 나아가 저 파란 하늘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꾸지 않아도 억척스럽게 생명을 이어가는 들풀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이 ‘들풀’은 노래로도 불리어져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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