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mummy)라는 단어는 페르시아어 왁스(mum)와 밀랍이 함침(含浸, mummia)되어 방부 처리된 상태의 물질(mumiya)에서 유래했는데, 전시실마다 가득한 미라를 보노라면 독특하고 심오한 죽음을 마주하자,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들은 누구이고, 왜 이들은 죽어서도 미라가 되어 후세 사람들 앞에 다시 서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미라는 인간의 시체에 붙인 이름으로 자연적인 상황이나 방부 처리를 통해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허용 가능한 보존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알려진 미라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이유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보존하려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방부 처리하거나 준비된 시체의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유럽 여러 박물관에서 이집트 미라를 본 적이 있다. 대부분 종교적이나 왕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은 훗날을 위해 인위적으로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과나후아토 미라는 인위적으로 보존이나 방부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 상태로 관 외부 산소와 습도 교환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 상태로 보존되는 조건은 희소하므로 시체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나, 이곳 미라들은 자연 상태로 존재한다.
멕시코 석학 옥타비오 파스 로사노(Octavio Paz Rozano)는 “인간은 삶의 문을 열려면 죽음의 문을 열어야 하고, 삶의 숭배는 죽음의 숭배이기도 하다. 죽음을 부정하는 문명은 결국 삶을 부정하게 된다”고 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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