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세류동 이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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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류동 골목길에 이용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용원은 현대사회로 오면서 헤어스타일이 디자인 개념으로 바뀌어 생긴 다양한 이름 가운데 본디 명사다. 머리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 헤어디자이너들도 많다. 이 미용실은 사람과 사람을 가꾸고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커뮤니티 공간이 돼 가고 있다. 흔히 미스코리아들이 유명 미용실을 찾는 유행도 일류를 지향하는 심리적 선동의 시대상이다. 이 미용원은 택시 안의 풍경처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옆집 이웃 이야기, 이·미용에 대한 상담 등 다양한 이야기의 생산지이기도 한 것이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에서 이발사 피가로는 ‘나는 마을의 만능 일꾼’을 부른다. 로지니아를 꼬이려는 작업도 참 우스꽝스러운데 아무튼 사각사각 머리 깎는 소리는 참 좋았다. 명절 전에 꼭 가야만 했던 이발소는 바리캉이라는 기기로 배코를 치면 엄청 따갑기도 했다. 그때의 이발소 아저씨는 면도에 머리까지 씻겨 주는 1인 다역이었다.

 

세류동 이용원은 가게 앞에 여러 개의 화분을 놓아 깔끔한 정원 분위기다. 다만 입구 배너와 문에 ‘금이빨, 은수저 삽니다’라는 문구가 상당히 이질적이어서 놀랐다. 아마 부업으로 하는 일 같다. 이발소를 찾는 고객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남자 커트 전문 헤어숍이나 미용실에서도 염색과 커트를 다 해 주는 시대이니까 말이다. 이 그림은 수강생 장윤숙씨가 그렸다. 엄지이용원이란 글씨가 순수하다. 그림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없다. 다만 다를 뿐이다. 인스타그램에도 자주 올라온 그녀의 스케치북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멋진 유산이다. 그림을 무척이나 사랑한 그녀의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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