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역사 특색 입은 교육... 소멸위기 지역에 '신바람'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흔히 ‘지역교육’이라고 하면 적은 학생 수로 인한 폐교 위기의 학교, 부족한 인프라, 열악한 교육환경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지역과 연계한 특화교육을 통해 오히려 지역만의 특색 있는 교육 방향을 구축하는 강점으로 키워나가는 지역들이 있다. 이러한 지역교육은 천편일률적인 교육에서 비롯되는 학습격차 해소와 함께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 인구가 가장 적고, 감소세도 가파른 가평군과 연천군은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한 특색있는 교육으로 자신들만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가평군과 연천군의 지역 맞춤형 교육을 통해 지역교육의 미래와 방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가평중 밴드부의 문화예술공연. 가평교육지원청 제공

 

■ 학교문화예술교육으로 ‘전국 최초 음악도시’ 꿈꾸는 가평

 

가평교육지원청은 전국 최초의 음악도시를 표방하는 가평군과 함께 다양한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가평교육지원청은 가평군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지역사회에 구축된 문화예술 기반의 인프라를 교육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옛 가평역 폐선부지에 들어선 가평군의 새로운 랜드마크 ‘뮤직빌리지’ 역시 이 중 하나다.

 

우선 가평교육지원청은 농어촌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인 ‘우리동네 예술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사와 예술강사의 협력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전문성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꾀한다는 취지로 올해만 초등 15개교, 중등 9개교 등 총 22개교가 참여했다. 올해 12월8일에는 그간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발표회를 한 뒤, 우수한 학교들을 추려 전국발표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가평미래교육협력지구와 연계한 학교예술교육도 주목해 볼만하다. 별도의 예산 지원을 통해 학교별 특색을 살린 문화예술 특별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데, 현재 18개교가 참여해 오케스트라나 관악, 현악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을과 함께하는 ‘예술꽃 피움학교’를 통해 마을축제 형태의 행사를 추진하면서 지역 시민과 학생들이 하나가 되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학생들의 예술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가평 예술路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재능과 진로를 탐색하는 음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 밴드 육성을 지원해 1년에 두 차례씩 콘서트를 열기도 하며, 가평군과 연계한 ‘예술路 어디나 학교’ 프로젝트로 학생들에게 음원을 녹음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평교육지원청은 교육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교육의 성과를 뽐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주고 있다.

 

학교와 마을을 연계한 초·중·고 연합 축제인 ‘예술路 삶! 마을과 함께하는 어울림한마당’을 통해 다양한 예술교육 활동의 결과를 전시하고 공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오케스트라 및 관현악부 운영 결과 발표회인 ‘물별숲 학생 음악제’, 연극 수업 및 동아리 운영 결과 발표회인 ‘THE 푸른 학생 내 연극제’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가평군 최대 축제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오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향토사 교육에 참가한 연천지역 학생들. 연천교육지원청 제공

 

■ 역사의 도시 연천, 오감 키우는 역사교육

 

연천교육지원청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지역의 장점을 살려 미래지향적인 향토사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연천을 담다-잇다-열다’를 캐치프라이즈로 내걸고 있는 ‘연천 하이버스(Hi-VERSE)’다. 하이버스란 역사(history)와 경험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연천의 역사를 현실과 연결시켜 연천의 특색을 담은 향토사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연천을 담다’는 연천 지역의 역사와 삶을 마음에 담겠다는 뜻으로 연천의 향토, 문화, 인물 관련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연천지역의 초·중등 교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접목해 연천의 역사·문화유산 교육을 한다. 또 초등학교 3학년의 사회과 지역화 교재 활용 연수도 진행하면서 지역 향토사 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원들의 전문성 신장을 꾀하고 있다.

 

‘연천을 잇다’는 ‘마음에 담은 앎을 체험으로 잇다’는 의미로 연천 문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교육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를 위해 연천교육지원청은 연천의 문화·역사 탐방 및 체험을 통한 지역의 이해 강화를 돕기 위해 ‘연천 문화유산 탐방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9~11월에는 지역 내 희망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천의 문화유산·역사·인물에 대한 체험중심의 탐방을 지원한다. 연천 호로고루, 숭의전, 재인폭포, 경순왕릉 등 연천의 역사 유적들을 직접 둘러보며 오감으로 익히는 역사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연천을 열다’는 삶의 경험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향토애를 일깨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향토사 도서, 역사 복원 키트, 보드 게임 등 활동 중심의 향토사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다 쉽고 이해하기 쉬운 역사교육을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연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연천을 역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역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이번 교육이 추진됐다”며 “앞으로도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하태훈 가평교육지원청 교육장

"아름다운 자연·문화예술 인프라... 가평의 모든 곳이 배움 "

 

하태훈 가평교육지원청 교육장

 

“가평군의 특색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술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빠른 수단이라던 하태훈 가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가평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미술교사의 꿈을 이뤘다는 그는 학생들이 저마다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가평교육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모든 학교가 저마다의 빛깔을 가진 특색있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그는 “가평은 작은 농촌 지역이지만 주변에 구축된 문화관광 인프라(쁘띠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 자라섬 재즈 문화공간, 가평 음악역 1939 등)가 풍족해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 교육장은 이 같은 특색있는 지역교육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 교육장은 “2020년부터 예술교육 기반 프로젝트 수업을 했던 지역 내 학교들의 경우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을 통해 문화 관광사업을 발전시킨다면 관련 콘텐츠 사업이나 요식업, 리조트 등의 사업까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곧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인한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더불어 학생 유입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교육은 학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 등 주변 환경과 여건을 활용한 교육이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 교육장은 “교실과 학교 담장 안쪽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곳이 배움터”라며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와 문화 예술적 인프라가 있는 가평의 장점을 살려 가평만의 특색있는 교육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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