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곧 게임체인저... 디지털 대전환기 혁신 이끌 것” 반도체·바이오·AI 등 4차 산업 전환 급속화 구시대적 관성 벗어나 인재 보는 시각 변해야
지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이하 최재붕 교수)은 융합인재 양성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등 4차 산업으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신산업·융합인재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경기도산학협력단협의회가 구시대적 관성에서 벗어나 혁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디지털 대전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경기도에서 새로운 산업, 융합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최근 교육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힘’이라는 전략(RISE)을 짰다. RISE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로, 오는 2025년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 관련 행·재정 권한을 광역지자체로 넘기는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산학협력을 추진한다는 게 핵심 취지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산학협력단협의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에는 일반 대학·전문대학 등 다수의 대학이 있고, 대학마다 산학협력단이 존재한다. 최재붕 교수 역시 성균관대에서 부총장 겸 산학협력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최 교수와 같이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장이 모인 단체가 바로 ‘경기도산학협력단협의회’(이하 협의회)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도내 대학 산학협력단이 경기도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최근 협의회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혁명에 관한 포럼을 진행했다. 주로 MZ세대가 가볍게 들을 만한 강좌를 경기도에서도 만들자는 것이 첫 번째 의제였다. 아울러 최근에는 반도체•바이오•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고민, 단위별로 대학을 나눠 인재 육성의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
■ ‘선진국의 함정’에 빠진 대한민국… ‘개도국 관성’ 버리고 혁신으로 나아가야
최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면서 ‘선진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겐 ‘개발도상국의 관성’이 존재해 결국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온다.
실제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AI·반도체·메타버스·디지털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개발도상국이었으니 선진국의 제품을 따라하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따라할 게 하나도 없어진 ‘선진국의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이다.
심지어 중공업이나 방산업마저 융합적인 아이디어, 융합인재 양성이 주목 받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개발도상국의 관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경기도의 혁신은 누가,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사회가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금의 세계적인 인재들을 보면 고등학교 때 이미 코딩, 디지털 등을 잘 다룰 줄 알고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라며 “어려서부터 새로운 걸 도전하기 좋아하는 인재 육성의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경기도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챗GPT 경험한 Z세대가 곧 ‘게임체인저’… 디지털 혁신 이끌 것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직장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1 정도가 챗GPT를 써봤다고 답했다. 그런데 성균관대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약 98%가 챗GPT를 사용해봤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이를 경험한 사람들이 미래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25세 이하가 앞으로 세상에 나와 일을 하는 10년 후에는 많은 일자리가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이미 다들 경험하고 있다”며 “일례로 요새는 AI가 최상의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AI를 훈련시키는 전문가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실리콘밸리의 고연봉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챗GPT가 나온 지 1년이 안 됐지만 이미 많은 판도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향후 디지털을 능숙하게 다루는 Z세대가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Z세대가 결국 소비부터 업무의 주력세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성장시켜야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개도국시대 잔상으로 아이들의 미래 평가하지 말아야”
과거 출판사, 만화방 등이 장악하고 있던 중앙 권력 시스템이 웹툰에 의해 자율경쟁으로 바뀌었다. 이를 ‘탈중앙화’라고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가 이제는 웹툰으로 전환되면서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무대가 확장했다.
대표적인 스타트업 중 하나가 애니메이션 ‘핑크퐁’을 만든 콘텐츠기업 ‘더핑크퐁컴퍼니’다. 아기상어가 일명 ‘대박’이 나면서 조회수가 100억뷰를 넘길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메타 세상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국경도 없고 언어적 장벽도 없고, 단지 ‘공감’이 되고 재밌으면 소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 리더들이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고, 교육의 세계관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가 달라질 수 있고, 그 인재들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다”며 “어른들이 살던 개도국 시대의 잔상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도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신도시만 개발 말고, 신산업도 개발해야”
최 교수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경기도가 ‘현상유지’에만 집중해 혁신적인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능력이 곧 정의’인 현대사회에서 잠재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개인의 역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환경을 경기도가 나서서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경기도는 무엇보다 ‘판교’라는 좋은 샘플이 있다”고 설명했다. 판교는 게임·플랫폼 회사 등이 다수 존재, 메타 세계에 대해 잠재력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대전환의 관점에서 판교의 콘셉트를 경기도 전역에 확산시킨다면 경기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답이 도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경기도가 반도체·AI·헬스케어 서비스 등 혁신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거와 같이 ‘신도시’ 개발에 주력하기보다는 ‘신산업’ 개발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은…
△ 1987년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동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거쳐 1997년 동 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2002년부터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21년째 재직 중이다. 올해부터는 성균관대 부총장과 산학협력단장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포노사피엔스’(2019), ‘체인지나인’(2020), ‘최재붕의 메타버스이야기’(2022) 등이 있으며, EBS ‘인물사담회 스티브 잡스편’, JTBC ‘차이나는 클라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MBC 다큐플렉스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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