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안사위 유비무환(居安思危 有備無患). 무슨 일이든 대비해 두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 뜻으로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번영과 평화를 일구는 비책은 한결같다.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고 했고, 마키아벨리는 “맑은 날에 항상 비 오는 날을 대비하라”고 했다. 비단 전쟁사에만 국한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최근 집중호우로 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를 본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런 ‘전쟁과 같은 기상재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를 생각해 본다.
2004년 5월 개정된 ‘기상법 시행령’에 의해 기상청은 ‘주의보’와 ‘경보’로 구분해 발표한다. 예보 업무 규정에 따르면 호우주의보 발표 기준은 3시간 강우량이 60㎜ 이상, 12시간 강우량이 110㎜ 이상 예상될 때다. 호우경보 발표 기준은 3시간 90㎜ 이상, 12시간 강수량이 180㎜ 이상 예상될 때다. 이런 호우가 내릴 때 여러 자연재난 등에 대해 대비하고자 기상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기상청의 기상특보에 얼마나 귀 기울이며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지난달 14일 평택시에서도 오전부터 비가 그치지 않고 하루 종일 내렸다. 각 지역의 시간별 강우량을 모니터링하며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소방서 상황실엔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후 8시에는 호우주의보에서 호우경보로 강화됐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누적 강우량이 170㎜를 넘어서자 동시다발적으로 하수관 역류, 지하 침수, 감전 사고, 도로유실, 나무 쓰러짐 등 30여건의 출동 상황이 발생했다. 평택소방서는 호우 예비특보 때부터 평택시를 관통하는 통복천을 비롯한 지하차도, 산사태 위험지역, 주택가 침수 우려지역, 대형공사장 및 도로철도공사 현장 등에 대해 예방순찰을 강화하고 실시간으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경기도 긴급구조대응계획에 의거, 강우량 증가에 따라 여러 차례 상황판단회의를 해 부분통제단을 가동하고 단계별로 소방력을 추가 동원했다. 우월한 소방력으로 신속하게 현장대응했기에 큰 혼란과 피해 없이 급박한 현장을 수습할 수 있었다. 기상으로 인한 자연재해를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지만 사전에 대비하고 피해가 예상될 때는 과잉대응을 해서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소방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번처럼 기록적인 전국 호우 상황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떠한 유형의 재난 상황이 닥치더라도 평택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긴급구조기관으로서 거안사위 유비무환의 자세로 주어진 소임을 다하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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