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시계가 점심때를 알린다. 멕시코 국민 음식 타코 까마론과 세비체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 시장을 둘러본다. 누군가 말하길, ‘시장은 없는 것 빼고 모든 것이 다 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달고 시장도 현지인들의 삶에 필요한 많은 것을 팔고 있으나, 수공예품과 식자재를 제외하고 공산품은 대부분 중국 제품이 넘쳐나고, 질은 좋지 못한 편이다.
시장 옆길을 따라 과나후아토의 또 다른 명소인 지하터널로 내려간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매캐한 매연이 콧속 점막을 자극해 연신 재채기를 한다. 알레르기 천식이 있어 지하 터널을 둘러보기에는 신체적 거부감 때문에 몇 곳의 출입구를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린다.
과나후아토 터널은 역사 지구인 구시가지 도로 역할을 한다. 콜로니얼 시대 광산촌인 이곳의 홍수와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만든 것으로 ‘Rio Guanajuato' 계획으로 지은 지하수 통로다. 하지만 지금은 복잡하고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구시가지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구시가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거나,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진입할 때 일어나는 정체 현상을 줄이기도 한다.
터널은 1960년대부터 지하 도로로 개조하기 시작하여 1980년대에 완성했는데, 자동차 탓에 환기 시설이 있어도 매연이 심하다. 미로처럼 얽힌 터널은 어두운 지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형의 고도차를 이용하여 밖으로 연결된 곳도 있다. 터널 속 조명은 자동차 불빛과 어울려 알록달록한 색감의 매력을 발산하고,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과나후아토 만의 유산으로 여행자는 한 번쯤 이곳을 찾아 묘미를 즐길만하다. 박태수 수필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