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원도심 도시재생 신바람이 불었다. 사업 초기 마을단위에서 진행된 골목길벽화부터 공공디자인까지 수많은 변화의 칼바람이 불었다. 과연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어땠을까.
세명대 저널리즘 기획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560곳의 도시재생사업에 수조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인천에만 무려 약 9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도시재생으로 화려하게 바뀌었던 일부 원도심은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낙후된 생활환경도 주거안정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 주민이 바라는 도시재생은 식자들의 거창한 슬로건보다 정주여건 개선, 즉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시재생은 화려한 상처만 남기고 재개발 광풍을 이기지 못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도시재생이 아닌 주민의 요청에 따라 재개발이 차라리 나았으리라.
한 주민은 탄식한다. “이럴 거면 벽화는 왜 그리고 도시가스 설치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 도시재생사업이 도대체 누굴 위한 사업이냐. 끝나면 다 부숴 버리고 보상금도 없고 철거하면 모든 게 눈 깜짝할 새 사라졌는데....”
문화예술 도시재생도 마찬가지였다. 국비 100억원을 들여 마을에 소방도로를 만들고 방범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고령인 주민들의 생애사도 출판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민간개발사가 땅을 사들인 후 재개발 동의 절차가 진행됐다.
본 의원이 사는 서구 원도심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한 사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골목길에는 수레도 못 들어가 연탄조차 나를 수 없다.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손사래를 치는 이유다.
인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5년 동안 예산 83억5천7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주요 사업으로는 코디네이터 전문교육, 콘텐츠 공모, 워크숍과 거버넌스 운영, 성과 전시회 등이다. 하드웨어보다는 교육 중심의 사업을 진행했다. 그 사이 센터장만 벌써 세 번째 바뀌었다.
센터 목적은 원도심 활성화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활성화하는지 구체적인 비전이 없다. 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시키고 콘텐츠 공모를 진행한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마을의 주인인데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불쾌감부터 든다. 주객이 전도됐다.
도시재생이라는 ‘선한 영향력’이 문제다. 주민은 없고 정책만 나부낀다.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주민이 어떻게 살아내는지, 주민이 왜 원도심에서 꿋꿋하게 버텨왔는지 관심조차 없다.
센터에 소요되는 인건비와 운영비 등의 지출 대신 마을주차장을 만들고 통행로를 확대하는 게 낫다. 당장 정화조도 없고 하수도 맨홀 뚜껑도 없는데 무슨 도시재생 운운하면서 주민들을 훈육하고 가르치려 하는가.
오늘 아침에도 이웃 아이들은 덤프트럭 먼지를 뒤집어쓰며 위험한 갓길 통행을 감내한다. 어르신들은 연탄 한 장이 없어 시멘트 바닥 위에서 신음한다.
낡고 무딘 행정편의주의를 걷어내고 변화와 혁신의 새 바람을 불어넣길 바란다. 진정한 도시재생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센터의 존재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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