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학교 “우린 원어민 교사 노땡큐”

수업에 지장 없고 필요성 못느껴... 거주지·서류 준비 등 업무 증가
10곳 중 6곳이 원어민 교사 없어... 시교육청 “신청 의무화 대책 모색

한 원어민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원어민 교사요? 일만 많아져서 솔직히 없는 게 나아요.”

 

인천지역 초등학교 10곳 중 6곳이 원어민 영어 교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학교가 인천시교육청에 원어민 교사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일 시교육청이 올 초 인천지역 262개 초등학교로부터 원어민 교사 배치 희망 학교를 신청을 받은 결과, 98곳(37.4%)만 신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들 학교에만 원어민 교사가 배치, 인천의 초등학교 10곳 중 6곳에는 원어민 교사가 없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초등학교가 원어민 교사를 신청하지 않는 이유로 ‘업무 과다’를 꼽고 있다. 원어민 교사가 없어도 특별히 수업에 지장이 없고, 오히려 업무가 많아진다는 것 등이 이유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원어민 교사가 없어도 영어 수업에는 지장이 없다”며 “되레 원어민 교사가 오면 관련 서류 준비 등 업무만 늘어난다”고 했다. 또 다른 학교의 관계자는 “원어민 교사 집도 구해줘야 하고, 동료 교사들이 한국 문화 등을 알려줘야 한다”며 “만약 중간에 그만두기라도 하면 더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초등학교에 원어민 교사 배치를 원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지난 2021년 원어민 교사를 배치한 학교의 학생, 학부모 등 2천3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가 원어민 교사의 지속적인 배치를 희망했다. 결국 학부모들은 원어민 교사를 원하고 있지만, 학교는 업무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교육청의 영어공교육 내실화와 영어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를 100% 배치’라는 목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초등학생들이 영어 공부를 위해 원어민 강사 등이 있는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학부모 A씨(44)는 “어떤 학교는 원어민 교사가 영어 수업을 해주고, 어느 학교는 한국인 교사가 수업을 하는 등 다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어 “어릴 때 좋은 영어 발음을 위해서라도 원어민 교사의 수업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그래서 방과후에 따로 원어민 강사가 있는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역 안팎에선 시교육청이 해마다 초등학교에 원어민 배치를 권장한다는 내용만 안내할 뿐, 실제론 원어민 교사 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교가 원어민 교사 배치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초등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해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단순 홍보에 그치지 않고,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원어민 교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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