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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덤터기 vs 인건비 등 부담”... 고물가 시대 셀프 논란 [로컬이슈]

수원특례시 권선구 인계동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직접 반찬을 담고 있다. 윤원규기자

 

Self-Service(셀프 서비스). 음식점, 카페, 대형마트, 주유소 등에서 쉽게 보는 문구다. 셀프 서비스란 구매자가 서비스의 일부를 직접 하고, 판매자는 가격을 할인하는 방식이다. 즉, 아낀 인건비를 소비자에게 ‘가격 인하’라는 혜택으로 되돌려준다. 그러나 고물가 시대인 요즘 산업 전반에서 셀프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돈은 비싸게 내고, 권리는 못 찾고…고객만 불편한 셀프 서비스, 문제 있는 것 아닌가요?”

 

김덕현씨(47·평택시 용이동)는 최근 가족과 함께 집 근처 한 생선조림 음식점에 들어섰다. 오후 1시를 넘긴 점심시간이라 식당에는 손님이 붐비진 않았다. 창가 쪽에 자리 잡고 키오스크를 통해 고등어, 갈치조림 등 음식을 주문했다.

 

식사 도중 김씨는 종업원에게 “죄송한데 여기 부족한 반찬들 좀 채워주시겠어요”라고 요청했다. 종업원은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검지손가락으로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손끝을 따라가니 ‘추가 반찬과 물은 셀프’라고 써 붙여둔 문구가 적혀 있었다. 

 

5만원 넘는 음식값을 지불하는 데 반해 종업원이 불친절하다고 느낀 김씨. 식당 문을 나서면서 가족들에게 “이 집에 다시 오면 안 되겠다”고 성토했다. 이 말을 들은 딸(19)은 “요즘 어느 음식점을 가도 반찬, 심지어 먹고 남은 빈 그릇까지 직접 치우는 셀프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밥값 부담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외식물가 또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가격 인하는 버티면서 제 돈 주고도 대접받지 못한 현실에 김씨는 씁쓸해했다. 

 

이에 대해 한 음식점 사장은 “코로나19, 고물가 시대 재료비,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막고자 셀프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서비스가 기존과 같도록 최대한 애쓰곤 있지만 손님에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오를 대로 오른 물가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결국 소비자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최저임금,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결과”라며 업주와 고객 간 분쟁 유발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비등하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외식물가를 위해 조사하는 8개 품목 중 4개 이상이 지난 4월 수도권 기준 한끼에 1만원을 넘는다.

 

냉면 가격은 1만923원을 기록했다. 3년 전인 8천885원 대비 22.9% 올랐다. 비빔밥은 1만192원으로 3년 전(8천692원) 대비 17.3% 뛰었다.

 

삼겹살은 200g 기준 1만9천236원으로, 3년 전인 1만6천615원 대비 15.8% 올랐다. 삼계탕은 1만6천346원으로 같은 기간(1만4천462원) 13.0% 증가했다.

 

1ℓ당 10원 차이가 나는 안양시의 일반 주유소(왼쪽)와 셀프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윤원규기자

 

최근 주유소를 다녀온 박용수씨(37·과천시 중앙동)도 셀프 논란에 의문을 제기했다. 퇴근길 셀프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주유한 박씨는 몇 분 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근무하는 또 다른 주유소를 발견했다. 

 

차량에 기름까지 직접 넣어주는 모습에 가격표를 보니 방금 다녀온 셀프 주유소보다 1ℓ당 10원이 할인된 금액이었다. 인건비를 최소화한 셀프 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무조건 저렴할 것이라는 박씨의 생각은 무너졌다. 

 

주유소사랑방주식회사 하주성 대표는 “보통 셀프 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저렴한 것은 맞다. 하지만 (주유소) 운영 여건에 따라 적정 마진을 위해 가격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업계의 오랜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영업이익률 하락을 조금만 감내하면 셀프 서비스 논란은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에게 전가시키지 말고 서로 상생하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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