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846개 기업 8만4천여명 근무 불구 주차장 태부족 수십년째 인도·골목길 점령… 안전 위협·교통 방해 사실상 손놓은 區 “단속 강화 등 대책 마련할 것”
“단지의 모든 골목길이 거대한 불법 주차장입니다.”
14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의 한 인도 위. 황색선이 그어진 도로 한켠과 인도까지 30여대의 차량이 빼곡하게 불법 주차된 채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시민들은 인도에서 주차된 차들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몇몇 차들은 중앙선을 넘어 겨우 골목길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박지우씨(29)는 “인도 위 불법 주차는 말도 안되지만, 이 곳에선 너무나 당연하다”며 “불법 주차에 대한 단속을 수년간 보지 못한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인근 모든 대로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형 화물차와 승용차들이 황색선 2줄이 그어진 ‘불법 주차 절대 불가’ 라는 경고문을 무시라도 하듯 불법 주차는 만연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의 한 모터 제조 업체는 직원들의 주차를 위해 출근 시간을 오전 6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한 업체 근로자 김경석씨(52)는 “오전 8시면 남동산단 골목이 불법 주차로 꽉 차, 차를 타고 2시간 돌아도 주차할 곳이 없어 부득이하게 출근시간을 변경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산단에서 생산한 화물을 날라야 하는 화물차조차도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업무에 지장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차 운전자 양준모씨(61)는 “공장에 싣고 온 짐을 옮겨야 하는데, 잠시 화물차를 세워둘 공간조차 없어 난감할 때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인천 남동산단의 인도와 도로 등이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남동공단에는 7천846개의 기업이 입주, 8만4천7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지만 주차면수는 고작 3만7천여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0여년 넘게 불법 주차가 만연해 있다.
앞서 남동구가 지난 2020년 남동공단의 남동근린공원 주변에 대해 주정차 실태조사를 한 결과, 1일 평균 551대의 차량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입주 기업들은 인천시와 구, 그리고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 등에 끊임없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화물차가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 제품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기도 한다”며 “노상주차장을 확대하고, 대신 불법 주차는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데도 정작 구는 사실상 불법 주차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구 관계자는 “이미 남동산단의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모든 골목길에 불법 주차가 이뤄져 있는 상황”이라며 “민원이 들어오거나 교통 흐름을 심각하게 방해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단속을 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단속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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