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아프로큐반 밴드가 있다면 멕시코에는 마리아치 밴드가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나라는 같은 라틴문화권이지만 멕시코에서는 흑인 음악 요소는 거의 볼 수 없고 오직 에스파냐계와 인디오계 두 요소만 혼합돼 있다. 무엇보다도 멕시코의 토착적인 요소가 강한 손을 이용한 현란한 연주 솜씨는 듣는 이로 하여금 빠르고 경쾌한 리듬에 푹 빠지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마리아치가 연주하는 경쾌한 리듬을 타고 발걸음도 가볍게 동화 속 교회처럼 예쁜 첨탑을 가진 이색적인 형상의 산 미겔 대천사 아르칸젤 교회로 향한다. 성당 입구에 많은 사람이 서성거려 무슨 일이 있는지 주변을 기웃거리자 교회에서는 한 쌍의 젊은이를 위한 혼배미사가 진행 중이다. 예식 마칠 때까지 먼저 외관을 살펴본다.
플라테레스크 양식의 독특한 외관을 가진 산 미겔 대천사 아르칸젤 교회는 건축적 호몰로지와 분홍색 석재가 어울려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왜 이 교회를 멕시코 가톨릭교회 중 군계일학이라 하는지를 떠올리며 이곳저곳 둘러본다.
사료에 의하면 중앙에 있는 본당과 좌우 측면에 두 개의 예배당으로 구성된 초기 교회 건설은 1542년 시작해 1649년 완공했다. 그 후 지진으로 부서진 교회는 1709년에 복원 공사를 마쳤지만 170년이 지난 1880년 플라테레스크 양식으로 전면부 파사드와 아트리움, 첨탑을 증축하기로 교구는 결정했다.
공사는 지역 출신 건축 장인 제페리노 구티에레스가 담당했다. 그는 유럽 건축가의 도움 없이 독일 쾰른 대성당 엽서에서 영감을 얻어 인근 사화산 채석장에서 가져온 분홍색 석재를 사용해 10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현재 모습으로 완성했다. 그는 당시 유럽 교회 건축 양식을 엽서 한 장만 보고 고딕 양식의 공간 개념을 변용하고 르네상스 양식의 요소를 결합해 마치 금과 은을 세공하듯 섬세하고 화려하게 외관을 완성한 천재 건축가다.
문득 몇 년 전 볼리비아에서 안데스산맥을 넘어 칠레로 넘어갈 때 고산 호수에서 본 플라밍고가 떠오른다. 그때 본 분홍빛의 아름다운 색채감을 이 성당에서 다시 한번 느낀다. 구티에레스가 다양한 석재 중 분홍색 돌을 사용한 것은 예술가나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줄 만큼 쭉 뻗은 다리를 가진 플라밍고를 디자인 개념에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박태수 수필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