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까치집

까치집

                  유응교

높다란

나무 위에

사뿐히 지어진 집

 

태풍이

불어와도

그대로 끄떡없네

 

목수도

저리 튼튼히

지을 수는 없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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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너그러움·여유 속 튼튼해지는 관계

 

까치들은 왜 집을 공중에 지을까? 어렸을 적 하도 궁금해 선생님께 여쭤봤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빙긋이 웃으시더니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서 높은 곳에다 짓는다고.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또 질문했다. “선생님, 까치집은 태풍에도 날아가지 않아요” 그러자 선생님은 또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까치들의 조상은 원래 목수였단다.”

 

이 동시조를 읽으면서 어린 날의 추억을 되새겨 봤다. 맞다! 태풍이 불어와도 끄떡없는 게 까치집이다. 사람들이 지은 집은 무너질지언정 엉성해 보이는 까치집이 무너졌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시인은 그 엉성해 보이는 까치집에 시선을 줬고, 이를 독자들에게 주목하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까치집이 엉성하지 않다면 태풍 같은 센 바람에 통째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엉성한 덕분에 바람이 빠져나갈 틈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비쩍 마른 나뭇가지와 진흙 한 덩이로 짓는 저 까치집! 그건 그 어느 가옥보다도 튼튼한 성채가 되는 것이다.

 

인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너그러움과 여유를 지녔을 때 인간관계가 원만해지는 법. 시인이 까치집을 통해 얘기하고자 한 것도 여기에 있지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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