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4-⑦ 여행에서 얻는 성숙한 지혜

해가 지자 마리아치가 관광객에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한다. 박태수 수필가 제공

 

몇 년 전, 남미 여섯 나라를 여행하면서 이 지역 사람들은 과거 식민 통치를 당한 아픈 역사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주어진 현실에서 새로운 희망과 번영을 찾으려는 모습을 봤다.

 

고전 명작을 읽을 땐 지금의 나에게서 벗어나 타자 관점에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고, 그들의 삶에 빠져들어 간접 체험을 함으로써 타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적 호기심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고전 읽기처럼 여행 또한 자신이 사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자기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고, 또한 타자의 삶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체험함으로써 한 걸음 성숙한 지혜를 얻는다. 그뿐만 아니라 여행 중 작은 것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그 대상과 연상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이어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기쁨도 얻을 수 있다.

 

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서산 넘어 사라지고, 오색찬란한 불빛이 올드시티를 물들이자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마리아치들이 우니온 정원 주변으로 몰려든다. 오늘은 과나후아토 역사 지구 북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걸으며 높은 데 사는 현지인의 모습을 보았다. 멕시코 독립투쟁에 공을 세운 피필라 동상이 있는 전망대까지 둘러보다 보니 30여리나 걸었다.

 

오늘도 피로가 몰려들지만, 새로운 만남에서 얻은 기쁨으로 뇌가 만든 천연 마약 엔돌핀이 피로를 날려버린다. 문득 디오게네스(Diogenes)가 한 말이 떠오른다.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라고 했다. 오늘도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지도에 새로운 점 하나를 찍었다. 내일도 또 다른 기회의 순간을 찾아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즐길 기대에 젖는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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