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을 보다 슬기롭게 나눠 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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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K-water 한강유역본부장 

2020년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억명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남부지방에서 겪고 있는 최악의 가뭄은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라는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물 부족, 특히 지역 간의 불균형은 갈등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국가 간 분쟁을 초래하기도 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태평양연구소에 의하면 기원전 3천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폭력이 수반되는 심각한 물 분쟁은 930여건으로 추산되고 있고 최근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국제적인 물 갈등은 공유하고 있는 하천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간 벌어지는 나일강 물 분쟁이 있다. 미국과 멕시코는 공유하천인 리오그란데강과 콜로라도강의 배분에 대해 1944년 합의했음에도 최근 멕시코의 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양국 간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정된 물을 지역 간에 나눠 쓸 수 밖에 없는 여건이어서 다양한 형태의 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유역 및 지자체 단위 또는 국가와 지역 간에 발생하기도 한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물 수급의 지역 간 편차가 심화되고 이로 인한 물 갈등도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에 관한 분쟁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다 보니 당사자 간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런 형태의 물 문제 해소를 위해 1992년 ‘물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더블린 선언’에서 물의 개발과 관리에 대한 정책의 추진은 이해관계자의 참여에 기초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더블린 원칙이 공표된 이후 유엔의 개발프로그램과 경제협력개발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물 거버넌스 구축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물 문제를 다루는 만큼 물 거버넌스는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우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 및 지방정부 외에도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 대표가 참여함으로써 거버넌스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또 참여자 간 정보와 역량의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돼야 한다. 더불어 거버넌스 내 의사결정 과정에도 구성원의 참여 보장도 필요하다. 이러한 요건이 갖춰졌을 때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가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 물 관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water는 과거 개발 시대의 일방향 소통에서 벗어나 거버넌스를 통한 상생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지역개발과 환경오염 우려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시화지구 개발에 대해 ‘시화지구 지속가능 발전협의회’를 통해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갔던 값진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거버넌스의 필수 요건인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 정보 제공 및 의사 결정의 투명성이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데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K-water는 이러한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물 정책을 발굴하고자 2014년부터 ‘상생협력위원회'를 발족했다. 2017년에는 한강을 비롯한 4개 유역에 ‘유역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정책을 논의하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K-water는 한정된 물을 보다 슬기롭게 나눠 쓰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지혜가 모이도록 거버넌스 기반의 물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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