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위한 지원법 마련됐지만... 주민 특별법은 고작 검토 한번 대상자 선정 갈등… 추진 무산 “정부, 피해 조사·대책 마련해야”
파주 대성동 마을을 비롯한 DMZ 지역 민간인들의 고엽제 노출 피해가 가시화(경기일보 20일자 1·3면)되고 있는 가운데 수차례의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도 민간 지원책 마련 시도는 단 한차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단 한 번의 특별법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관련 부처들의 의견 차이로 이마저도 무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국내에선 지난 1993년 고엽제 피해 지원과 관련된 법률이 처음으로 제정됐다. 비무장지대(DMZ) 일대가 고엽제로 뒤덮인 지 약 25년 만이었다.
DMZ 일대 고엽제 노출 피해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였다. 베트남전 참전자들이 고엽제 노출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당시 DMZ 일대 근무자들이 자신들이 앓고 있던 질병과 고엽제와의 연관성을 의심, 피해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주장 등에 따라 1967년 10월9일부터 1970년 7월31일까지 남방한계선 인접지역 근무자들에 대한 지원 법안을 마련했다. 미군 보훈부의 주한미군 피해자 인정기간(1968년 4월1일~1969년 7월31일)을 참고한 조치였다.
이후 DMZ 일대에 고엽제가 대량으로 살포됐으며, 일부는 토지에 매몰시키기도 했다는 퇴역 주한미군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011년에는 미국 보훈부가 고엽제 피해자 인정기간을 1968년 4월1일부터 1971년 8월31일까지로 25개월을 연장했고, 우리 정부도 지난 2015년 고엽제 피해 인정기간을 1972년 1월31일까지로 약 1년6개월 늘렸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민간인 고엽제 노출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 시도는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DMZ 일대 고엽제 살포 사실을 공식 확인한 후 2000년 1월 한차례 법 제정을 검토했을 뿐이다. 고엽제 살포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휴전선 인근 민간인에게 의료 및 취업지원, 생계보조금 지급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였지만, 피해 대상자 선정과 업무 담당 부처 이견 등으로 추진 자체가 무마됐다.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과 관련 16가지의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일 뿐 민간인 지원과 관련된 법안은 단 하나도 없다.
이와 관련, ‘임진 스카웃’ 저자 문관현씨는 “군 당국이 미2사단과 국군 21사단 지역의 고엽제 살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만큼 미 2사단 관할구역인 파주시 일대와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며 “정부가 나서 대성동 주민들의 피해 현황을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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