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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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새마을 사업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초가지붕은 자취를 감췄다. 지붕개량이라는 국가적 사업은 마을길을 넓히고 초가지붕을 걷어내는 일이 선행됐다. 물론 호롱불이 걷히고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한 동시대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지붕은 크게 초가지붕, 기와지붕, 양철(함석)지붕, 너와지붕 등이 있었으나 무엇보다 슬레이트 지붕이 대부분이었다. 시공하기 간편하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쌌기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이젠 슬레이트 지붕의 소재인 석면이 환경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골칫덩이가 됐다. 일부 지자체에선 지붕을 해체하면 그 비용을 지원해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팔달산 벚꽃 구경을 갔다가 구 도청 아래 골목길을 내려다보다가 이 집을 발견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사방으로 둘러쳐진 낡은 집이다. 매산동, 고등동, 교동과 이웃하고 있는 이곳 구 도심은 아직 걷히지 않은 지난 시절의 유산이 골목 사이에서 신음하고 있다. 황사 낀 봄이 더욱 과거의 기억들을 꽃눈개비처럼 흩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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