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엉덩이가 불쑥

엉덩이가 불쑥

                       김흥제

 

누워있던 아가

어느 결에 획 뒤집었다.

 

고개 번쩍 들고

둘레둘레 보다가,

두 손에 힘주고

고개를 더 번쩍.

 

그러다, 머리 숙이더니

엉덩이가 불쑥

하늘로 솟았다.

 

두 다리로 힘주지만

아직은, 배밀이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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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아기 몸짓·손짓에도 행복 가득

인간이 두 발로 선다는 것! 그것처럼 위대한 일도 없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데에는 바로 ‘직립’의 자세를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동시는 아기가 제 힘으로 일어서려는 안간힘의 동작을 담았다. ‘고개를 번쩍 들고/둘레둘레 보다가,/두 손에 힘주고/고개를 더 번쩍’. 한마디로 귀엽다. 아기의 저 안간힘이 읽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자식을 길러본 엄마 들은 이를 잘 보았을 것이다. 제 홀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러다, 머리 숙이더니/엉덩이가 불쑥/하늘로 솟았다.//두 다리로 힘주지만/아직은, 배밀이만 한다.’ 아기의 배밀이 동작은 그렇게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엄마들은 이를 지켜보며 거기서 삶의 행복을 느낄 것이다. 비록 가난한 살림일지라도, 설혹 걱정거리가 있을지라도. 집사람은 지금도 아이들 키울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흐릿한 흑백사진을 들여다보며 종종 미소를 짓는 것을 본다. 맞다!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 하나하나가 온 집안의 웃음이었고 행복이었으니까. 언제부턴가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게 아이의 울음소리다. 그러니 인구 감소는 너무도 당연한 일.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이웃의 아기 배밀이 소식이 자못 기다려진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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