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목련꽃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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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이 일시에 피어났다. 요즘은 순서 없이 피어나 라일락도 벚꽃도 개나리와 진달래와 함께 온 세상을 물들인다. 주말에 잠깐 팔달산과 광교산 길의 벚꽃 구경을 했다. 그냥 지나가 버릴 것만 같아 부랴부랴 한꺼번에 올봄의 꽃들을 한가득 들여놓았다. 봄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목련꽃이다. 벌써 양달의 목련은 노추하게 꽃잎을 모두 떨궈 놓았다. 목련이 지면 왠지 봄이 저무는 것만 같다. 우아하고 풍만한 목련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생명체 중 하나라고 한다. 무려 1억4천만년 전 공룡시대 화석에서도 흔적을 남겼다고 한다. 목련은 백목련과 자목련이 있지만 나는 흐드러진 청순함의 백목련보다 좀 더 세련되고 우아해 보이는 자목련이 좋다. 나는 해마다 상습적으로 목련꽃을 스케치북에 담아 놓는다. 이유 없이 목적 없이 그냥 그리고 싶다. 그리고 봄날엔 늘 마종기 시인의 연가를 되뇌며 흩어지는 꽃잎 향기와 함께 봄을 떠났다.

 

전송하면서

살고 있네.

죽은 친구는 조용히 찾아와

봄날의 물속에서

귓속말로 속살거리지,

죽고 사는 것은 물소리 같다.

그럴까, 봄날도 벌써 어둡고

그 친구들 허전한 웃음꽃을

몰래 배우네. (연가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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