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담배 자가제조와 죄형법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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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갑보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A는 자신의 영업점에 연초 잎, 필터가 삽입된 담배종이 등의 담배 재료와 분쇄된 연초 잎을 담배종이 안으로 삽입해 주는 기계(‘튜빙 기계’라 함)를 비치한 다음 불특정 손님들에게 담배원료를 판매하고 위 튜빙 기계를 이용해 손님들이 스스로 담배를 제조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검사는 A가 ‘담배제조업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담배를 제조했다’는 이유로 담배사업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A의 담배사업법 위반 혐의는 유죄일까?

 

형사법은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한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정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바로 그러한 취지에서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만일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 비춰 볼 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의 행동이 과연 담배를 ‘제조’한 행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담배사업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한편 담배의 ‘제조’는 일정한 작업을 통해 담배사업법 제2조의 ‘담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담배의 ‘제조’는 담배 가공을 위한 일정한 작업의 수행을 전제한다.

 

그런데 A가 자신의 영업점에서 실제 행한 활동은 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를 판매하고 담배 제조시설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고, A가 직접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대법원은 이상의 논리에 따라 A의 행위를 담배사업법이 정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A와 함께 기소된 다른 연초 판매업자들은 직접 제조시설을 이용해 가공작업을 수행하고 담배를 판매한 경우에 해당해 유죄가 인정됐다)

 

위 대법원 판결은 담배사업법이 정한 처벌규정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위 판결에 따르면 향후 연초 판매업자들이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이용해 직접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로 하여금 튜빙 기계를 이용하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무분별한 담배 자가제조가 양산될 우려가 크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특히 공기관의 엄격한 검사를 거치지 않고 이뤄진 자가 제조 담배의 유해성 등을 고려해 자가 제조가 가능한 방식의 영업행위가 가능하도록 마냥 방치할 것이 아니라, 담배사업법의 관련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담배의 자가 제조에 따른 유해성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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