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춘천 레고랜드 사업과 관련해 검찰 소환통보를 받은 뒤 연락이 두절된 전 강원도청 고위 공직자 A씨가 춘천 삼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레고랜드 사업 지원 관련 부서에 근무하면서 도의회 의결을 얻지 않은 채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원에서 2천50억원으로 확대해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를 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에 대한 심적 부담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2021년 12월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본부장으로 근무했던 B씨가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가 극단 선택을 하기 사흘 전 2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 7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B씨가 환경영향평가에서 개발이 제한되는 ‘1등급 권역’으로 대장동 부지가 지정되지 않도록 돕는 대가로 2억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작년 10월에는 충북 보은군 공무원 C씨가 속리산휴양사업소 업무를 10년 이상 관장하면서 부정한 사실로 인해 감사원 감사 중 극단 선택을 해 지역사회를 술렁이게 한 일도 있었다.
고위 공직자의 죽음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파장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며, 공직자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과 관련해 시민과 집행부의 반응은 시민이 지자체와 사회를 바라보는 안정과 신뢰의 수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공식적인 진술과 결과를 바탕으로 부정부패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국가사회 및 특정 기관의 부패 정도에 대한 관련자들의 인식을 지수화한 수치로 만든 ‘부패인식지수(CPI)’를 매년 발표한다. 2022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63점으로 31위이며, 매년 점수가 높아지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22위로 전체 38개국 중 여전히 중간 이하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반부패 정책의 재점검과 정권 차원의 반부패 리더십 강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어느 누구나 공무원에 처음 임용됐을 때는 벅찬 가슴을 안고 청렴한 마음으로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사명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공직에 임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직위가 높아지면서 점차 초심이 무뎌져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어떻게 발생했든 모든 죽음은 비극이며, 특히 고위 공직자 죽음으로 인한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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