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거의 매주 집에 찾아오는 손주들이 오지 않아 모처럼 시간이 났다. 그래서 아내와 둘이 서호를 한 바퀴 돌며 운동하기 위해 외출을 했다.
서호를 가려면 여기산공원을 지나야 한다. 여기산공원으로 향하다 보니 벌써 철새인 백로가 돌아왔다. 백로는 여기산을 찾아오는 철새다. 여기산 옆에 서호가 있고 먹잇감이 많아 살기에 좋은 여건인 것 같다. 여기산 기슭에 내려앉은 백로가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는 것이 보인다. 아마 그동안 비워 두었던 둥지를 수리 중이거나 새로 짓는가 보다. 축만제라는 비석이 박혀 있는 둑을 지나가다 보니 가마우지가 호숫가 나뭇가지에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가마우지들은 수원시에서 1996년 서호를 조성할 때 호수 안에 1만2천㎡에 달하는 인공섬을 조성했는데 그곳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뭇가지에 앉아 주위를 살피고 있는 가마우지의 행동이 궁금해 관찰해보기로 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가마우지는 나뭇가지를 꺾더니 인공호수 쪽으로 날아간다. 아! 맞다 백로, 가마우지 모두 새끼를 낳기 위해 비워 두었던 둥지 보수를 하거나 새로 둥지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해빙기가 되니 우리 일상에도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공공 건축물이나 축대 등 시설물에 대한 보수, 보강, 개량공사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그중 내진 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2월3일 튀르키예에서 대지진으로 많은 건축물이 붕괴되고 4만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경북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이 빈번하다.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바꿔야 하며 튀르키예 사례를 복거지계(覆車之戒) 삼아 공공 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공사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
시설물유지관리업자들은 비파괴시험을 위한 반발경도 측정기, 초음파에 의한 측정장비, 콘크리트전기저항 측정장치, 콘크리트 피복 측정장비 등 시설 장비를 갖추고 안전점검과 내진 보강공사를 했는데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1년 1월13일 종합적인 계획관리 조정이 필요할 경우 내진보강공사를 종합공사로 발주하고 이 경우 시설물 유지관리업을 배제하도록 했다. 그동안 이들이 내진보강공사를 함에 있어 어떠한 문제도 없었는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정부는 시설물 보수, 보강의 필요성을 느끼고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신설해 보수, 보강, 개량공사를 전담케 함으로써 그동안 사고 없이 사반세기가 지났는데 하자나 문제가 없던 이 업종을 건설혁신이란 미명하에 전문건설업종 중 시설물유지관리업종만 2023년 12월31일 이후 폐지하도록 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는 사회를 강조했다. 과연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무조건 폐지하는 것이 공정한 정책인가, 아니면 상식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필자는 명분없는 국토부의 시설물 유지관리업종 폐지 정책을 반대하며, 노후 기반시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더욱더 그 역할이 중요해 폐지보다는 더욱 강화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마땅하다고 본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