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은 세월이 흐를 때마다 바뀐다. 유별나게 말이다. 무정하게 바뀌는 풍광 가운데 으뜸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그렇다.
어렸을 적 이맘때 동구 밖에 동그랗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새들이 있었다. 조그만 날짐승이었는지, 그냥 풍경 그 자체였는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머리와 날개가 검은 녀석은 수컷이다. 가슴부터 꼬리까지 갈색이다. 윗부분이 갈색이면 어김없이 암컷이다. 날개는 엷은 회색이다.
이 정도 얘기하면 대부분 “아하 참새구나”라고 단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살짝 빗나갔다, 참새의 사촌뻘 정도지만 아니다. 딱새라는 녀석의 이력서다. 옛날에는 가장 흔했던 텃새였다. 겨울에는 참새보다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덩치도 14㎝ 정도로 참새보다 조금 더 컸다.
겨울 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딱~딱~” 하며 들려오던 의성어가 정겨웠다. 그래서 이름도 딱새였을까. 을씨년스러운 계절에도 곤충류를 잡아먹느라 꽤 분주했다. 높은 곳에서 한곳을 응시하다 빠르게 내려와 먹이를 잡아먹곤 했다. 관목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아래위로 까딱까딱 흔들면서 울기도 했다. 나무 구멍, 쓰러진 나무 밑, 바위 틈에 이끼류, 나무 껍질 등으로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짓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 우두커니 혼자 지냈다. 녀석들은 이 계절이 다 지나가도록 늘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 그렇지 않아도 몸통이 동그란데 말이다. 겨울이 되면 더욱 동그래졌다. 조류 학자들에 따르면 겨울에 딱새가 그렇게 되는 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란다. 몸을 움츠려 공기와 닿아 열을 빼앗길 수 있는 표면적을 최소화하고 깃털을 세워 단열층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단다.
그러나저러나 이젠 어지간한 시골에서도 보기 어렵다. 한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했는데 말이다. 그 많던 딱새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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