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화성시장의 철도 걱정, 그리고 공항 철도

정명근 불균형 승부수 ‘철도’
의지 좋지만 市 부담 너무 커
‘건폐장-전철 교환’ 발표 시장

동쪽을 보자. 센트럴파크, 호수공원, 메타폴리스.... 화려하다. 서쪽을 보자. 인도 없는 찻길, 공사 차량 먼지, 공장 배출 공해.... 초라하다. 같은 화성, 다른 동서다. 엄밀히 서쪽만 걱정도 아니다. 광활한 중앙 내륙이 다 황량하다. 바다에 면한 남부는 차라리 태초에 가깝다. 격차가 좁혀질 것 같지도 않다. 발전의 축, 도로가 그렇다. 이미 깔렸거나 앞으로 깔릴 철도는 특히 더하다. KTX, 분당선, 수도권 내륙선.... 전부 동쪽에 있다. 시장(市長)의 걱정이 크다.

 

화성 공무원이었던 정명근 시장이다. 향남, 비봉, 동탄에서 근무했다. 불균형의 극과 극을 다 봤다. 심각성을 절절히 느꼈을 것이다. 후보 때부터 ‘지역 불균형 해소’를 강조했다. 구체적인 공약도 내놨다. 그중에 ‘동서 철도 신설’이 있다. 망설이지 않고 시작했다. 철도망 기본 구상 용역부터 발주했다. 11월에 밑그림이 나온다고 한다. 지자체로서는 버거운 화두다. 하지만 과감히 공론화했다. 이런 시장은 없었다. ‘철도’를 시정 꼭대기에 과감히 내 건 시장은 처음이다.

 

화성은 철길에 맺힌 한이 있다. ‘철길 1m도 없는 곳’이었다. 2021년 시민이 잠깐 흥분했던 기사가 있다.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화성시 3개 노선 포함’. 곧 정치인들의 뻥이었음이 확인됐다. 화성시 철도랄 것도 없다. 신분당선 봉담 구간 연장? 수원시 경계에 몇 ㎞ 걸칠 뿐이다. 동탄~청주공항 내륙선 연장? 동탄 살짝 찍고 서울로 내빼는 노선이다. 동탄~오산 분당선 연장? 역시 동탄 들렀다가 되돌아가는 노선이다. 화성 철도라기엔 너무 민망하다.

 

정 시장이 결론 냈다. 동~서 철도다. 정답인데 걱정이다. 동탄 빼고 예비타당성을 맞출 곳이 없다. 신분당선 봉담조차 예타에선 낙제였다. 2017년 조사 때 B/C 0.26이었다. ‘동~서’를 이을 중앙, 남부는 이용 인구가 더 없다. 최근에는 ‘3호선 연장’ 얘기도 나온다. 성남·용인·수원·화성시장과 경기지사가 재추진을 발표했다. 2020년 2월14일 봤던 그림이다. 같은 시장·도지사들이다. 얼굴만 바뀌었다. 글쎄다. ‘서울시장’ 빠진 ‘서울철도합의’다. 되겠나.

 

국가가 안 해주면 시비(市費)로 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다. 화성시는 전국에서 가장 넓다. 깔 노선도 그만큼 길다. 동서 횡단 40㎞다. 얼마나 들까. 복선 철도는 ㎞당 일반부 324억원, 도시부 462억원이다. 복선전철은 ㎞당 일반부 362억원, 도시부 519억원이다(철도사업 비용책정 적정성 검토). 동서 철도에만 1조5천억~2조원이다. 화성철도에 투자할 민자는 없다. 연 17억명 타는 서울지하철도 1조원 적자다. 오죽하면 노인 공짜를 줄이자고 저 난린가.

 

맞다. 신공항 얘기하겠다. 이러려고 주저리주저리 늘어놨다. 공항 철도는 필수 인프라다. 서울을 오갈 통근 수단이다. 못사는 서·남쪽도 거칠 것이다. 공항 열릴 때 철길도 함께 열릴 것이다. 동쪽도 동탄까지 온 철도에 조금 붙이면 된다. 예타 부담도 없어질 수 있다. 공항 유치의 기본 조건이다. 대구가 지금 그거 하고 있다. 특별법에 ‘대구광역교통망’을 그리고 있다. 기부 대 양여로 돈도 들어온다. 최대 20조원까지 보기도 한다. 공항 건설비는 8조원대다.

 

-서울 오갈 철길 생기고, 철길 인허가 빨라지고, 철길 만들 예산 생기고-. 공항과 철도의 역학 관계다. 아직 공항 밑그림은 없다. 숫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화성시민들도 안다. 경기일보가 했던 조사가 있다. 화성시민 53%가 신공항에 찬성했다. 찬성의 첫째 이유가 ‘공항과 연계된 전철 등 교통 인프라 조성’(41.1%)이었다(2022년 5월). 많은 화성시민이 철도를 원한다. 그만큼의 화성시민이 공항 유치가 답이라고 말한다.

 

“건설폐기물처리장 받겠습니다. 내가 건폐장을 받는 건 서울지하철 5호선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갈아타지 않고 오시게 하겠습니다.”(김병수 김포시장·2023년 1월20일 시정설명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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