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좁고 출·퇴근 전쟁… 3기 신도시 임시거주지 ‘불만 폭발’

원주민, 소형·관외 주택 불편 호소... LH “의견 반영, 추가 공급 논의”
道 “더 나은 이주대책 권고할 것”

오랜 기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게 된 ‘3기 신도시’ 원주민들이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임시거주지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교통체증 모습. 조주현 기자

 

김원표씨(가명·52·하남시)는 최근 출·퇴근 대란 소식을 접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하다. 하남 교산 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이후 공급받게 된 임시거주지가 일터와 100㎞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창 일할 때인데 타지에서 이동할 때마다 겪을 교통체증을 상상하면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이원근 3기 신도시 연합대책위원회 대표(70·남양주시)도 원주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임시거주지 공급 대책을 비판했다. 그는 “원주민 대부분이 30평대 이상 주택에서 살아온 사람들인데 임시거주지는 이보다 훨씬 비좁은 10평대도 있다”며 “이런 곳에 들어가면서 보증금과 월세도 내야 하는데 누가 살고 싶겠나”라고 하소연했다.

 

오랜 기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게 된 3기 신도시 원주민들이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임시거주지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원주민 피해를 막을 관련 법령이 개정된 이후에도 관내 사업시행자가 소유한 임대주택의 물량 부족으로 ‘10평대 소형 주택’ 또는 ‘거주지가 아닌 타지에 있는 주택’ 등의 비선호 주택을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LH와 협의체를 구성해 활동 중인 경기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19일 도와 LH 등에 따르면, LH는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남양주 왕숙2·하남 교산·고양 창릉·부천 대장) 지정에 대한 원주민 이주대책으로 임시거주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928가구에 대한 1차 공급 공고를 시작으로 남양주 왕숙 328가구 2차 공급 공고를 냈으며, 다른 지구에 확보된 임시거주지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문제는 원주민 이주대책으로 공급되는 임시거주지의 일부가 비선호 주택인 ‘소형·관외 주택’으로 제공된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기준 임시거주지 1천538가구 중 ‘2인 기준 전용면적 36㎡(10.89평) 미만 소형 주택’이 590가구(38.4%), ‘관외 주택’이 300가구(19.5%)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별로 살펴보면 소형주택은 하남 교산이 238가구, 고양 창릉 160가구, 남양주 왕숙 139가구, 남양주 왕숙2 52가구, 부천 대장 1가구다. 관외 주택 300가구는 모두 하남 교산 원주민을 대상으로 서울 등 타지에 제공됐다.

 

지난 2021년 2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제23조의2 등 법령 개정을 통해 3기 신도시 임시거주지 지원 대상 확대 및 주택 유형 다양화의 기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원주민 생활 양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이주 대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도는 LH와의 협의를 통해 원주민 피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급 승인 등에 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도민 의견을 반영해 충분한 임시거주지를 확보하도록 LH에 건의 중이다.

 

LH 관계자는 “이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추가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며 “올해 중반기 안에 하남 교산 지구에 임시거주지로 활용될 200가구를 보다 넓은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더 나은 3기 신도시 이주민 이주대책을 위해 적극적으로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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