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다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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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다산문화예술진흥원 원장

얼마 전 이미자 가수의 ‘동백아가씨’란 노래를 들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십자가 하나 달랑 가슴에 품고 그리운 주님을 기다리는 일종의 크리스천의 모습과 많이 닮았고 할까. 그렇다. 사랑도, 신앙도, 산다는 것도 일종의 기다림이다.

 

공동체에서 나의 의견을 끝까지 말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은 필수적이다. 나의 의견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똑같이 소중하므로 잘 듣고 경청하는 연습이 필수적이다. 규칙 없이 혼자 돋보이려는 것이 아닌, 규칙을 먼저 지키면 얼마든지 나의 차례가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다.

 

나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다른 친구의 말을 먼저 막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 욕구와 기다림의 균형을 알아가는 훈련이 됐으면 좋겠다. 필자는 느림의 미학을 좋아한다. 조용히 천천히 제대로, 성장보다는 성숙을, 삶의 양보다는 질을, 속도보다는 깊이와 넓이를 채워가는 그렇게 행복한 문화공동체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

 

이렇게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한 노력과 기다림은 사실 용기 부족과 망설임 어쩌면 상대방을 위한 배려, 그리고 인내의 시간을 견디는 고통이 아니었을까. 평생을 기다리며 만족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이고 믿음이 아닐까. 하지만 기다리는 그 시간 하루 하루가 행복이 될 수도 있다. 언제 어떻게 누굴 만나든 서로를 바로 알기 위해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 기다림이 헤어짐이 되거나 행복이 될 수 있다.

 

창 너머 마른 꽃가지 위에 하얀 서릿발이 내렸다. 허물을 벗고 자라는 갑각류처럼 사람도 성장하는 순간이 가장 많이 상처받고 약해지는 시기다. 그러나 참고 견디며 기다리면 성장할 수 있다. 인생이 어쩌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라는 일말의 기대감, 그래도 기다림이 있기에 행복하다. 사랑을 믿기에 기다림이 있고 그 기다림이 있기에 행복인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오늘도 나는 행복을 얻기 위해 기다림을 시작한다. 기다림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편한 마음으로 기다리려면 낙심하지 말고 상처받지 말고 지치지 말아야 한다. 아쉽게 지나쳐버린 것들을 기억하고 침착한 마음으로 다시 찾아올 봄날을 기다려 볼 일이다. 절망은 크고 희망은 작지만 우리는 희망에 더 시선을 빼앗겨야 한다. 그 용기로 딛고 일어나 끝끝내 희망과 마주해야 하리라.

 

기다림의 미학을 믿고 너무 서두르지 않도록 하자. 지금 무엇을 기다리든, 누군가를 기다리든, 그 기다림 끝에는 미소 짓는 일이 생기길 소망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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