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개면서
최영재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서
다 마른 옷
저녁이 되어 내가 갠다.
여러 옷 중에 가장 오래 되어
만지면 엄마 살 같은 엄마 집 바지
집안일이 많아 쉬지 못하는
엄마의 다리와 허리
잠시나마 쉬라고
토닥토닥 잘 접어놓는다.
오직 가족을 위한 삶
어릴 적, 우리 집 옷 가운데서 가장 헌 옷은 엄마 옷이었다. 엄마는 당신의 옷을 살 줄 몰랐다. 그러다 보니 늘 헌 옷이었고, 제일 낡은 옷이었다. 최영재 시인의 집안도 그랬던 모양이다. ‘여러 옷 중에 가장 오래 되어/만지면 엄마 살 같은 엄마 집 바지’. ‘엄마 살 같은’이 가슴을 울린다. 이 동시의 가장 빛나는 구절이다. 비바람에 튼 나무 등걸 같은 엄마의 살결 그리고 엄마의 옷. 지난날의 엄마들은 대체로 그랬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옷이었다. 어디 옷뿐인가. 온갖 것들이 오직 가족을 위한 삶이었다. 한마디로 바보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았기에, 아니 그렇게 견뎠기에 오늘의 우리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집안일이 많아 쉬지 못하는/엄마의 다리와 허리/잠시나마 쉬라고/토닥토닥 잘 접어놓는다.’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그지없이 기특하다. 효란 이런 것이다. 결코 거대하거나 화려한 것만이 아니다. 마음보다 더 큰 효도가 어디 있을까. 지난날에 비하면 요즘엔 엄마의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밥하는 것도 그렇고, 빨래하는 것도 그렇고.... 참으로 다행스럽다. 여자가 떠안았던 저 바윗돌 같은 세월을 다시는 안겨주지 않아야 한다. 이 동시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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