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신(서울) 나경원 전 의원이다. 영남 출신 장제원 의원이 독하게 몰아친다. ‘고고한 척하는 행태’ ‘반윤의 우두머리’ ‘얄팍한 지지율’ ‘거듭된 헛발질’.... 사정 없이 쏟아낸 독설이다. 상대는 나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도 맞받긴 했다. 하지만 애초 게임이 안 됐다. ‘장제원의 입’에 맞설 ‘나경원 입’이 아니다. 승부는 모두의 예상대로 가고 있다. 나 전 의원에겐 힘들어할 자유도 없어 보인다. 너덜너덜해진 모습까지 밟힌다. ‘약자 코스프레 마라.’
나 전 의원 ’63년생, 장 의원 ’67년생이다. 나 전 의원 4선, 장 의원 3선이다. 나 전 의원 원내대표, 장 의원은 평의원이었다. 흥미롭게 겹치는 역사도 있다. 20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를 같이 했다. 나 전 의원 위원장, 장 의원 간사였다. 둘의 역사가 이처럼 각별하다. 약간의 차이로 선후배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싸움 구경이 민망하다. 아무리 현역이 깡패라지만. 그래도 저렇게까지 독하게 몰아갈 이유가 있을까.
있었다. ‘김장연대’의 당 접수다. ‘영남’ 장 의원은 그걸 만드는 중이다. 제일 큰 장벽이 나 전 의원이었다. 지지율 1등이라고 했다. 장 의원이 막말로 이 장벽을 흔들었다. 출마도 전에 파김치로 만들어 버렸다. 초선 48명도 가세했다. ‘대통령 모욕’ ‘사기 행위’ ‘의원 경악’에서 ‘나경원 사과’까지.... 장제원 말투의 판박이다. 지역을 찾아봤다. 48명 중 지역구 의원이 35명이다. 그 35명 중 영남이 25명이다. 압도적 위력이다. ‘수도권’이 어찌 버티겠나.
또 있다. ‘수도권 맹폭’의 장제원 역사다. 연초 돌았던 ‘당 대표 수도권 험지 출마론’ 때다. ‘인천’ 윤상현 의원이 제안했다. ‘경기’ 안철수 의원이 받았다. 두 의원 모두 당 대표에 도전 중이다. 경기, 인천은 그들의 안마당이다. ‘수도권 이겨야 총선 이긴다’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려면 당 대표가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 할 법한 얘길 한 거다. 그런데도 들고일어났다. 영남 의원들이 이런저런 공격을 했다. 점잖은 반박이 여럿 있었다.
‘장제원 막말’은 그때도 거셌다. ‘수도권 지역구로 바꾸라고 하는데 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이야기다...지역구민을 무시한 패륜적 발언이고 허장성세다...정권 창출의 거점이 영남인데 영남을 짓밟는 발언을 하면 되겠냐.’ 왜 저럴까 싶을 정도다. 어떤 대목이 영남을 짓밟은 것인가. 영남 불이익, 영남 희생이 당의 금기어라도 되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철수·윤상현 의원은 끽소리도 못 했다. 듣고만 있었다. 지켜보는 경기·인천시민의 속만 터졌다.
턱도 없는 궤변이다. 지역구 이전에 웬 패륜(悖倫)이 붙나. 김대중도 정치 시작은 강원도 인제였다. 두 번 떨어졌고, 세 번째 붙었다. 재선부터 광주로 옮겨 갔다. 누구도 패륜이라고 하지 않았다. 노무현의 지역구 이동은 더 심했다. 부산 동구와 부산 강서 을, 서울 종로까지 옮겨다녔다. 그래도 패륜 소리 안들었다. 되레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헌신으로 평가됐다. 그때 얻은 ‘바보 노무현’은 대통령으로 가는 자양분이 됐다. 장 의원도 잘 알텐데 그런다.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졌단다. 5주 만에 다시 40% 밑으로 갔단다.(리얼미터 조사, 중앙선관위 참조). 한때 20%대까지 갔었다. 1%씩 힘들게 끌어올렸다. 그게 한 방에 무너졌다는 자료다. 리얼미터가 분석했다. ‘나경원·장제원 갈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 책임까지 나경원에게 미룬다. 48인 성명서란 게 그런 거다. 엄청난 위세 아닌가. 영남 뜻대로 바보 만들고, 영남 뜻대로 대표 만든다. 이럴거면 영남 뜻대로 당명 바꿀 생각들은 안 하나. ‘영남의힘’으로.
수도권 여론은 이런데, 그래도 저들은 계속 갈 것 같다. 이제 보니 이러려고 둔 신의 한수였던것 같다. ‘당 대표는 당원 투표 100%, 국민 투표 0%로 뽑는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