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넥타이

넥타이

                           박재성

 

image

매일 아침

 

엄마가

아빠의 목을

끈으로 묶는 것을 보며

 

나는

아빠가

오늘도 무사하기만을

바란다

 

아빠의 출근, 엄마의 손길, 아이의 시선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이 동시의 매력이다. 엄마가 아빠의 목에 넥타이를 매주는 것을 요렇게 썼다. 동심이란 이런 것일까? 그런데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수상스럽다. 어떻게 끈으로 목을 묶는다는 끔찍한 생각을 다 했을까? 이건 시인이 아이를 내세워 ‘웃음’을 자아내고자 꾸민 일종의 연극(?)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어른인 시인이 아이의 동심을 슬쩍 훔친 것이다. ‘나는/아빠가/오늘도 무사하기만을/바란다’. 아이는 이미 아빠의 ‘무사함’을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무사하기를 바란다? 이 능청스런 구석을 나무라야 할지 어떨지. 넥타이는 병사들의 목을 보호하기 위해 천을 목에 두르면서 시작됐다 한다. 이를 예쁘게 본 누군가가 패션용으로 착용하면서 오늘날의 넥타이가 됐다고. 창고 안에 들어 있던 옥수수들이 포탄 세례를 받아 일제히 팝콘이 되어 하늘로 치솟는 저 ‘웰컴 투 동막골’ 영화를 연상시킨다고 할까. 아침마다 아빠의 출근을 도와주는 엄마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이를 통해 이 가정의 화목을 보여주는 재미난 동시다. 이 동시를 읽은 뒤부터 나는 넥타이를 맨 이들을 보면 혼자 슬며시 웃는다. 저 집 아이도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