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에 대한 뉴스가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실제 전쟁 발발을 예측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항전으로 전쟁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예측하지 못했던 전쟁의 장기화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로 인해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고 연료 수입에 의존해 전기를 생산하는 우리 전력산업계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했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에너지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지난해 3월 2020년 대비 19배나 폭등했으며 11월 기준으로 2020년 대비 7.7배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2.7배 상승했다.
이에 한전은 1월1일 9.5% 인상을 포함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4회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이는 연료비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제한적 인상이었다. 결과적으로 한전은 지난해 30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지난 한 해 32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전의 대량 사채 발행은 채권시장의 블랙홀이 돼 다른 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 위기로 이어졌다.
전기요금이 충분히 인상되지 못하면 채권 시장 위축 외에도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째,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필수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동해안 HVDC, 재생에너지 연계망 등 필수 송배전설비의 적기 확충이 불가능해 국민경제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수요를 조절하는 가격신호 기능이 약화돼 에너지 비효율화가 초래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국이지만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력소비량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원가 대비 낮은 전기요금 구조가 지속된다면 에너지 소비 왜곡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셋째, 현 세대가 지불할 비용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전은 적자 보전을 위해 수십조원의 차입금을 조달해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353%에 달했고 하루에만 5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비용은 결국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짐이고 한전의 부채 급증은 국가신용도를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료비 인상을 반영한 전기요금 정상화는 불가피하다. 이미 해외 선진국은 원가 증가분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또 한전은 변전소 부지 매각을 포함한 자산 효율화를 통해 3조1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미래 세대를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고 에너지 절감과 효율화를 유도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요금 인상에 대한 경기도민의 깊은 이해를 부탁드리며 한전은 더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에너지 사용 효율화와 전기요금 절감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 국민들께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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