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빛과 절반의 어둠, 2022년 연말 함께하면 좋을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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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자유, 절반의 기쁨.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맞은 2022년, 이 한 줄이 딱 들어맞을 듯 하다. 서로가 거리를 두며 모임이 조심스러웠던 상실의 계절을 지나 축제와 모임이 활발하며 모두가 들떴던 가을. 핼러윈 대참사에 이어 연말 들어서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와 각종 어두운 경제지표로 절반의 빛과 절반의 어둠이 깊숙이 자리한 한 해다. 그 안에서 열심히 뚜벅뚜벅 걸어온 ‘나’에게 위로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실어줄 책을 소개해 본다.

 

■ 오, 윌리엄!(문학동네 刊)

누구나 자신의 과거 중 굳이 꺼내어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가난과 폭력의 온상이었던 집안에서 자란 루시 바턴에게 과거는 불행이자 짐이다. 그녀의 회고로 시작하는 소설은 사랑과 상실, 기억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루시는 자신과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윌리엄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안락함과 안전함을 주는 윌리엄에게 그동안 텅 비어있던 마음을 채워간다. 또 유명작가가 되어 권위를 가지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속 깊이 불안하고 비워진 트라우마는 여전히 그녀의 몸을 지배한다.

 

책은 올해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 “인간의 내면에 대해 스트라우트처럼 글을 쓰는 작가는 없다”는 평처럼 세심한 관찰력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는 깊이 있는 심리적 통찰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소설 속 루시 바턴을 따라가다 보면 낯설지 않다. 사랑을 해도 권위가 있어도 쉽게 깨지고 망가지고 흐트러지고 상처 입는 그녀는, 평범한 나와 같다. 상처였던 그 무엇을 통해 화해와 용서, 그리움을 삶의 그림처럼 풀어낸 글은 누구나 삶에 굴곡이 있고, 인간은 때로 여리며,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며 낯설지만 힘이 되는 공감과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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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의 공부(김영사 刊)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와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었다. 환경과 생태적 관점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하는 최재천 교수의 삶과 그간의 방대한 공부와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까지 닿게 된다. 그는 '공부'라는 주제로 자기 생각을 전한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나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떤 인재를 뽑고 길러야 할까요?”

 

이에 그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밝힌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돌아보고 앞으로 미래 세대의 공부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뿌리, 시간, 양분, 성장, 변화, 활력이라는 주제로 방향을 제시한다. 자식의 실패를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엄마 침팬지의 교육법부터 최 교수가 하버드대 재학 시절 기숙사 사감을 하면서 배운 경청의 기술까지, 숱한 인생을 지나오며 배운 교훈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장 손안에 돈을 쥐여 주지는 않지만, 뚜벅뚜벅 삶을 긍정하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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