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음악 마리아치의 발상지 ‘과나후아토’
흥미로운 중세 건축과 마리아치 음악의 고향 과달라하라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해발 2천50m에 있는 과나후아토(Guanajuato)로 가기 위해 프리메라 플러스 버스 터미널로 간다. 멕시코 시외버스는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고, 터미널 시설과 버스 수준의 차이가 심하다.
출근 시간이 지난 터라 터미널은 한산하고, 주변은 비교적 깨끗하며, 대기실에는 현지인보다 외국 여행객이 더 많은 것 같다. 현지인들은 1등급인 프리메라 플러스 버스를 이용하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2∼3등급을 주로 탄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안내 방송을 듣고 승차장으로 이동한다. 승차권을 확인한 승무원은 버스 승차장 번호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짐칸에 가방을 싣고 번호표를 받아 버스에 오를 때 점심으로 음료수와 거친 곡물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준다. 버스 내부는 국제선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처럼 넓고 편의 장치가 잘 갖춰져 있다.
과달라하라에서 란초 카데나와 레온을 거쳐 과나후아토까지는 약 280km다. 도로 사정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비교할 수 없는 일반 국도 수준으로 왕복 2차선이 대부분이라 주행속도를 높이기 어렵고, 교통법규도 엄격해 규정 속도를 지키며 정숙 운행한다. 어제 예약하고 받은 승차권에 ‘프리메라 플러스 버스는 과속 주행을 하지 않으며 평균 시속 70∼80km로 운행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버스가 과달라하라 시가지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산등성이 길에 오르자 광활한 사막 지형이 끝없이 이어지고, 키 큰 선인장을 재배하는 농장과 자생하는 선인장 군락도 군데군데 보인다. 창밖에 펼친 자연경관을 살피다 보니 왜 할리스코 주가 테킬라의 본고장이 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은 티끌 한 점 없이 맑고 버스가 빨리 달리지 않아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고, 색다른 자연환경이 눈에 들어오면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여 먼 도시 간 이동할 때보다 버스 이동도 괜찮은 것 같다.
과달라하라를 떠난 버스는 4시간 반 정도 지나 과나후아토 신시가지 터미널에 도착한다. 떠날 때 맑았던 하늘이 란초 카데나를 지날 때쯤 잔뜩 찌푸리더니 레온을 지나 과나후아토에 도착하자 굵은 빗줄기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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