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방자치 시대는 요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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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직 정착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2021년에는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주민 주권 강화를 위한 자치분권의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지방자치제도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풀뿌리처럼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면서 대중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의 사소한 문제부터 대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도시 인프라 구축 사업까지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자치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듯 지방자치는 이론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자율성에 기반한 지역의 창의적 발전과 분권화를 통한 능률 향상, 이해당사자들이 사무를 관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가 의존형 세입 구조, 지방정부의 책임성 미흡, 자치단체장의 전횡, 주민의식 부재, 정실주의로 인한 부패 조장 등 부작용도 존재해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 중 가장 큰 숙제는 ‘재정분권’이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살림살이’를 해 나갈 수 있는 규모와 권한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지나친 정부 의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자주 재원 규모가 작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는 정부로부터 더 많은 의존 재원이 지원되는 경우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이유로 재정위기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며 그에 따른 도덕적 해이는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 총 기능을 ‘100’이라고 한다면 지방의 기능은 ‘30’정도에 그치는데, 세입 측면에서 봤을 때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이 최근에야 25%를 간신히 상회하고 있는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지속적으로 흡수하고 있으며, 그에 기반한 세원 또한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어 지역 간 재정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 4월 ‘지역 균형발전 비전 대국민 발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관련한 15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기능 재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분권 강화’와 재정자주도 기반의 목표 설정, 지방의 자주재원 확충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 재정력 강화’를 중점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지방교부세 법정세율 인상 등 자주재원 확충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강력한 재정분권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저출산 정책과 노인복지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복지 지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므로 국고보조금은 급증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지방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지방재정의 중앙 의존성은 심화되는 동시에 재정 경직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중앙정부 의존적 세입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 국고보조사업의 지방 이양 등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또 소득세, 법인세 등 세수 시장성이 높은 국세의 일부를 과감하게 지방세로 전환하고 국가보장사업과 지역 밀착형 사업을 분리·조정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기능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첫 단추는 재정분권이다. 재정분권을 바탕으로 그에 따른 사무와 기능 또한 자동적으로 이양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재정분권이 실현되지 않으면 지방자치시대는 말 그대로 요원(遼遠)할 뿐이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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