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움츠린 청춘이
눈 덮인 배추밭으로 들어온다
허옇게 얼어버린 배추들
삭아내리다 남은 잎맥을 겹겹이
끌어안고
저물어 가는 언 땅에 서 있다
한때는 농부의 푸른 꿈이었을
호밋자루에 맺힌 세월을
길게 늘어뜨리고 서서히 냉각되는 젊은 가슴
갈라 터진 농부의 손에 끌려온
덜 익은 삶이 서릿발을 세우며
줄줄이 따라온다
배추의 여린 가슴을 닮은 나이가
포기하지 못하는 그리움
아직은 푸른 속살로 기다리는 것이다
윤민희
오산문인협회 제11대 회장.
시집 ‘책들이 나를 보고 있다’ 등 3권.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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