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아바타’의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이 13년 만에 극장가를 찾아 화제다.
‘아바타: 물의 길’은 개봉 첫날인 14일에 3시간12분이라는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35만9천288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아 흥행 몰이를 예고했다. 이번 영화는 기술력과 비주얼으로 충격을 선사했던 전작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진보했고, 어떻게 다른 세계관을 묘사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특히 이번 후속작은 3D 안경을 착용한 뒤 산등성이와 열대우림 그리고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OTT 이용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문화에 균열을 낼 수 있기도 하다. 과연 이번 개봉을 계기로 영화적 체험이 가능한 극장의 존재 의의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에이리언 2’,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통해 ‘속편의 제왕’으로 이름을 날린 제임스 카메론은 사실 ‘어비스’, ‘타이타닉’ 등의 장편과 심해·해양 탐사 등을 다룬 바다 관련 다큐멘터리 여러 편을 통해 바다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꾸준히 반영해 왔다. 이처럼 ‘바다’는 그의 영화를 대변하는 정체성과도 같은 요소라고 볼 수 있기에, 이번 작품은 1980년대부터 이어 온 그의 여정을 집대성한 무대로 볼 수도 있다.
관람 내내 화면을 들여다볼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영화에 구현된 해양 생물들의 세밀한 움직임이나 수심에 따라 달라지는 바닷속의 풍광을 3D 안경을 낀 채 보고 있으면, 마치 물 속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도 든다. 그만큼 감독이 만든 판도라 행성을 뒤덮는 바다는 오로지 스크린만을 통해서도 오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매력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판도라 행성의 무대가 한껏 넓어지고 선명해진 대신, 서사의 무게는 줄었고 그 농도 역시 옅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1편에 이어지는 2편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객들은 식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인간-원주민(나비족)의 갈등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는 전개를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영화는 그와 같은 반복을 피하기 위해 ‘가족’과 ‘성장’이라는 화두를 내세워 1편의 주요 등장인물로 대변되는 부모들과 자라나는 세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조명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관계들은 거대한 해양 생물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 그 자체에 희석된다.
1편을 통해 판도라 행성이라는 낯선 세계를 창조해낸 제임스 카메론은 13년 만에 찾아온 속편을 통해 오히려 낯선 세계는 없다는 사실을 넌지시 드러낸다. 어쩌면 낯선 세계 대신 매혹적인 세계는 있다.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막대한 제작비와 최상의 기술력으로 구현해낸 판도라의 바다는 그 목적을 분명 달성할 것이다. 다만 판도라의 확장은 더 완벽한 세계관을 향한 구축으로 이어질 뿐, 새롭고 참신한 자극과 서사를 접할 기회는 오히려 사라질지도 모른다.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 물의 길’에서 느낄 수 있는 건 그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감독의 야망이 아닐까. 이 야심이 2년 뒤 찾아올 또 다른 아바타의 후속편에서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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