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윤상현 의원의 대표발의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주요 내용은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처벌하되, 위 녹음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공익을 충실히 보호한다는 것이다. 만일 위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상대방과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대화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위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벌써부터 관련 논의로 여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을 민사소송의 입증 방법 내지는 형사소송의 증거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법조계에서는 위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큰 파장이 우려된다.
그렇다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당사자 간 대화 녹음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 제1항 제1호는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형행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 형사 처벌한다. 따라서,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해 대화를 나누는 경우 즉, 당사자 간 대화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몰래 녹음을 하더라도 그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되지 않는 것이다.
변호사로서 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성범죄나 사기 등 입증이 어려운 사건들에서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이 중요한 증거로 쓰이는 경우를 왕왕 만나게 된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녹음을 하는 경우와 같이 ‘녹음’은 보통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대우나 압력에 대항하는 최소한의 수단인 경우가 많아 상대방의 동의를 얻고 녹음을 하는 것은 애당초 쉽지 않다. 현행법도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가 ‘음성권 내지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등을 침해했다고 인정되면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케 하고 있다. 즉, 현행법 하에서도 음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녹음으로 달성하려는 이익을 비교형량해 몰래 녹음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해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시각에서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다솔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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