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화난 양말

화난 양말

                                 윤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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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던지지 말아줘

 

네가 가는 곳이면

네 발을 안고 감싸고 다녔잖아

 

집에만 오면

왜 모른 척 시침을 떼지

너, 정말 미워 죽겠어

 

양말처럼 내팽개쳐지는 서러움

양말이 화를 낸다? 이럴 수가!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런데 말이 안 되는 이게 왜 마음을 자꾸 잡아당기는지 모르겠다. 이 동시는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만들었다. 시인의 놀라운 시안(詩眼) 덕분이다. 발은 손과는 달리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신체의 일부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발처럼 수고하는 것도 없다. 발이 없으면 육신을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양말은 그 발을 안고 감싸는 이를테면 ‘보호막’이다. 그런데 발조차 양말을 업신여긴다. 집에만 오면 다시는 안 볼 듯이 내팽개친다. 이러니 양말이 화를 낼 수밖에. 우리 사회에도 양말 같은 사람들이 있다. 실컷 할 일을 해주고도 대우는커녕 언제 그랬냐는 듯 내팽개쳐지는 사람들. 그들 입장에서는 화가 나도 보통 나는 게 아니다. 이 동시는 양말을 통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아무렇게나 던지지 말아줘’. 저들의 목소리를 잊지 말자. 저들의 서러움을 모른 척하지 말자. 어려운 일을 보면 서로 돕고 기쁜 일은 서로 나눠 가지자. 나 혼자만 잘 사는 게 행복은 아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거다. ‘우리’라는 말처럼 좋은 말이 어디 있는가. 우리가족, 우리마을, 우리사회, 우리나라.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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