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1-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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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세계 성체대회 때 이곳을 찾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추기경 청동부조

교회 첨탑 4면에 조명을 밝히는 뮤지컬 시계와 차임이 설치돼 있다. 독일에서 제작한 이 시계는 하루 세 번 오전 9시, 정오, 오후 6시에 25개 카리용으로 곡을 연주하고 십이사도와 가톨릭교회 성인 순례자 미니어처 조각상이 등장한다. 카리용의 연주곡은 ‘Ave Maria’와 ‘National Anthem’ 등 종교적이고 대중적인 음악이다.

조각된 돌을 벽돌처럼 쌓아 지은 교회 내부는 천정을 바치는 돌기둥과 스테인드글라스의 환상적인 조화가 매혹적이다. 교회 전면의 장미 문양을 포함한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프랑스 Orléans의 Jacques와 Gerard Degusseau가 제작하고 시공에 참여해 1966년에 완성했으며, 스테인드글라스 화가로서 마지막 작품이 됐다고 한다.

평일 오전 이른 시간이라 기도하러 온 몇 사람밖에 없어 호젓하게 성당 내부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데, 교회 관리인이 낯선 이방인을 보고 인사를 건넨다. 한국에서 온 가톨릭 신자라고 하자 ‘성체성사 속죄교회’의 내력을 설명해 주고, 2004년 세계 성체대회 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곳을 찾았으며, 기념으로 성당 밖에 방문 기념 조각상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중앙 제대 옆 계단 아래로 따라오라고 손짓해 내려가자 지하 묘소를 둘러보게 했고, 그곳에는 이 교회 건축에 참여한 성직자와 건축설계·시공에 참여한 사람들의 무덤이 엄숙하면서도 가지런하게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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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제대 뒤편 Jacques와 Gerard Degusseau가 제작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밖으로 나와 중앙 제대 뒤편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촬영하자 우측 아래쪽 한구석을 가리키며 사진 찍으라고 하여 줌으로 당겨 그에게 보여주자 바로 그 사람이 이 작품을 만든 작가라고 이야기해준다.

오래전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바티칸 미술관 스텐차 델라 세나투라에 소장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감상한 적이 있다. 그 작품에서도 오른쪽 하단에 화가인 소도마와 그 옆에 검은 모자를 쓴 라파엘로가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그런 특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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