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엽서

엽서

                            김대규

나의 고향은

급행열차가

서지 않는 곳.

 

친구야,

 

놀러 오려거든

삼등열차를

타고 오렴.

 

간편하지만 묵직한 엽서

김대규 시인(1942-2018)의 고향은 안양이었다. 시인은 고향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다. 그가 펴낸 회갑 기념 시선집 뒷면에는 고향에 대한 시 「엽서」가 인쇄돼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엽서’였을까? 엽서는 우체국에서 파는 가장 적은 금액의 편지인데다가 규모도 가장 작다. 무엇보다도 우표까지 인쇄돼 있어 글만 적어서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되는 간편하기 그지없는 통신수단이다. 따라서 시인은 삼등열차가 서는 안양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엽서에 비유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 ‘나의 고향은/급행열차가/서지 않는 곳.’ 안양은 서민의 열차인 삼등열차만 선다는 것이다. 그게 고향이라는 것이다. ‘친구야,//놀러 오려거든/삼등열차를/타고 오렴.’ 왜 하필이면 삼등열차를 타고 오라고 했을까? 안양이 시골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다! 안양은 그리 작은 시골이 아니다. 거기에는 ‘고향’의 의미가 더 있었을 것이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작은 곳이다. 나지막한 산 아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시냇물이 흐르고, 느티나무가 서 있는...거기 어린 날의 친구들이 모여 한밤중까지 뛰노는...필자의 동화집을 받고 고맙다는 답장을 보내줬을 때도 시인은 엽서를 사용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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